"북한 최근 6개월 내부동향 매우 불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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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행정부 및 당국자, 정보분석가 등 15명이 극비리에 방한해 북한 동향을 분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0일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미국의 북한 실무자들이 비밀리에 서울에서 회동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미 국방부, 국무부, 주한미군,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북한을 담당하는 핵심 실무자들은 15일부터 사흘간 서울에 머물면서 동향을 분석했다. 여기엔 미 정보당국 산하의 위성자료 분석 전문가도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특히 지난 4월 용천역 폭발에 이어 9일 양강도 사고까지 대형사고가 발생한 배경을 분석했으며, 최근 6개월간 북한의 내부 움직임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는 의견 등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붕괴 조짐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북한 내부에서 뭔가 심상찮은 움직임이 진행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성택(張成澤.58)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대해 "모든 권력으로부터 차단된 사실상의 '숙청(purge)' 상태"라며 "재기 불능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재교육 수용소(reeducation camp)'에 보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누이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 부장의 남편이다. 두 사람은 수 년 전부터 별거생활을 해 왔으며 부부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부장은 남편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그를 적극적으로 구명해 왔는데 이번 경우는 예외인 것 같다는 것. 정보소식통은 용천역 사고가 매제인 장 부부장을 숙청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꾸며낸 '자작극'일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상반기의 '장성택 숙청'과 용천역 사고, 휴대전화 전격 회수 조치가 김 위원장 암살설과 연관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 참석자들은 16일 한국정부 인사들과도 면담을 가졌으며 17일 휴전선 일대 비무장지대(DMZ) 등을 둘러본 뒤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아직 내부 붕괴나 군사쿠데타 같은 '비상사태'를 섣부르게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뭔가 종합적 분석을 요하는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최근 입수된 북한 내부 불만세력의 움직임 등을 전하며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한 '암살설'과 연관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시각을 전했다.

평양 시가지에서 김 위원장의 사진과 포스터에 스프레이 페인트가 칠해진 것이 목격됐고 김 위원장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담은 전단지가 뿌려졌다는 첩보가 미 행정부에 입수됐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 북한담당자들은 용천역 폭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용천역 폭발사고의 경우 김 위원장은 알려진 시간대(사고 발생 8, 9시간 전)보다 훨씬 근접한 시간에 사고 지점인 용천역을 지나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당시 용천역 인근에서 내려 승용차를 타고 평양으로 돌아가 화를 면했다는 첩보도 입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고 발생 한 달여 뒤에 각급 기관과 개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미 정보소식통은 "암살을 도모했던 세력들이 당일 휴대전화로 '김 위원장이 현재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다'는 내용의 접선을 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김 위원장이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미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진위를 떠나 이 같은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것은 바로 북한 내부에 뭔가 심상찮은 움직임이 있다는 시각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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