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교과위원 12명 총사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한나라당 소속 의원 12명 전원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위를 정상 운영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교과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단 한 건의 법안조차 처리하지 못했다”며 “국민께 죄송하다. 민주당도 책임을 통감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임해규 간사는 기자들과 만나 “정상화하기엔 늦었다. 여야 간사 등 책임 있는 일부라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사표를 받은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겠다. 성의 있는 반응이 나와야 한다”며 거들었다.

실제 18대 국회 교과위는 ‘불량 상임위’로 악명 높다. 법안처리율(9%)은 전체 상임위 가운데 꼴찌다. 특히 7월 이종걸(민주당) 위원장 취임 이후엔 한 건도 처리 못 했다. “부끄럽다”(한나라당 김세연 의원)는 얘기는 공공연하다.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로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교과위를 세게 비판해 달라”는 ‘부탁’이 나올 정도다.

왜 그럴까. 교과위에는 4대 강 사업이나 세종시처럼 커다란 쟁점이 없다. 교원평가제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일부 혼선을 빚었지만 상임위에서 재논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래서 “여야 간 감정싸움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한나라당 한 교과위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올해 국정감사를 즈음해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고교별 수능 성적 공개를 강행했다. 환영 여론이 높았지만 야당은 “줄 세우기”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국감에선 정운찬 총리 증인 채택 여부를 둘러싸고 입씨름만 벌였다. 이후 회의가 열릴 때마다 감정 섞인 말을 주고받다 급기야 “이종걸 교과위원장은 직무태만에 책임지고 사퇴하라”(안 원내대표)는 공개발언이 나왔다.

민주당은 반발하고 있다. 이종걸 위원장은 “터무니없고 전례도 없는 일”이라며 “예산소위가 진행 중인데 왜 저런 과도한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안민석 간사도 “사퇴는 야당이 쓰는 방법인데 여당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며 “곧 법안 심의에 들어갈 시점에서 판을 뒤집는 저의가 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무의미한 파행으로 빌미를 준 측면도 있다”(원내대표단 소속 한 의원)는 입장도 나온다.

여야는 다음 주 월요일로 예정된 원내 수석부대표 회담에서 해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그러나 애초 논의하기로 한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협상이라는 난제 위에 교과위 문제가 더해져 어려움이 예상된다.

임장혁·권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