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욱 재정부 1차관, 이성태 총재와 금리인상 견해 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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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금 중환자실에서 막 나온 상태인데, 뛰겠다고 바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이 11일 MBN 인터뷰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문쪽으로 조금씩 이동해야 한다”는 발언과는 상당한 온도차를 보인 셈이다. 허 차관은 “중환자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일반환자실로 가서 체력을 회복한 뒤 문을 열고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위험요인이 훨씬 많다고 판단되는 만큼 (금리 인상을)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5% 성장에 연 2%의 기준금리는 엄청나게 낮다”는 이 총재의 논리에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일반적인 5% 성장일 때는 이상하다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지난 2년간 경제가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낮게 성장해 경제의 공급능력이 충분히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물가 상승 압력도 없고, 자산가격도 굉장히 안정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출구전략은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성장이 확고하게 뿌리내렸을 때 시행해야 하는데 내년 상반기까지는 그런 시기가 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은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위기극복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봐가면서 약을 써야 했지만 내년에 경제 회복이 더 확고해지면 구조조정이 빨라질 것”이라며 “은행의 선별적 자금지원 기능이 되살아나 구조조정이 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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