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역사학자 허종호·조희승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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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고구려 연구는 북조선이 가장 역사도 깊고 권위가 있습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비할 바 아니죠. 역사란 것은 후세 사가들이 갑자기 뭐라고 주장한다 해서 일거에 바뀌는 게 아닙니다. "

일본 후쿠오카에서 만난 허종호 북한 역사학회장(사진(左))은 "고구려는 자주성이 가장 강한 나라였고 1000년 동안 존속한 동방의 '천년 강성대국'이었다"고 말했다. 함께 학회에 참석한 조희승 사회과학원 고구려 연구실장(사진(右))은 "사료를 편의적으로 해석해 왜곡하거나 고구려의 존재를 축소하려는 경향을 반박하는 연구성과가 오래 전부터 북조선에 축적돼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북한 학자들과의 일문일답.

-최근 북한의 고구려 연구동향은.

"1960년대부터 각종 문헌, 금석비문, 발굴성과 등을 토대로 연구가 본격화됐다. 80년대엔 사회과학원에 '고구려사 연구실'을 설치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그 결과 '고구려사'(3권.손영종 저.1999년) 등 방대한 연구저작이 나왔다. 손 선생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다시 고구려사를 5권으로 늘려 집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는 민족의 정통성이 고구려에 있다고 본다. 고구려보다 신라 연구에 주력한 남측과 입장이 다르다. 사회과학원에 '신라연구실''백제연구실'은 따로 없고 고구려실에서 다 통합하고 있다. "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입장은.

"북측이 남측에 비하면 조용하게 대응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사실은 정부 차원에서 대응해 왔다. 학자들은 구태여 일일이 대응하지 않아도 이미 발표한 책과 논문에 동북공정에 대한 반박 자료들이 다 들어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제학회에도 적극 참석할 생각이다. "

-허 회장은 중국 베이징대 출신이어서 중국 학계에도 인맥이 있을 텐데.

"옛날부터 고구려사와 관련해 엉뚱한 주장을 하는 중국 학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조선 역사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여서 대응할 가치도 없었다. "

-남한 학계와의 공동 보조는.

"지난 11일 금강산 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활발한 교류를 해나갈 것이다. 예전부터 진행해 온 고조선 분야는 이미 공동 저술 단계에 들어갔다. 고구려사도 남북이 교류하면서 공동연구를 할 대목이 많다. "

후쿠오카=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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