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워치 "구조조정 미흡"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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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미국의 은행 전문 신용평가기관인 톰슨 뱅크워치의 보고서는 최근 들어 한국의 구조조정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평가가 우려 쪽으로 기울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미국의 무디스사가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구조조정이 겉치레에 불과하며 한국이 구조개혁을 늦추면 또 다시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한 터라 사정은 더하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무디스.뱅크워치사뿐만이 아니라 최근 유럽의 금융전문지인 유러머니 등 언론기관들과 국제적인 투자펀드들이 한국의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뱅크워치는 보고서에서 조흥.한빛.외환 등 3개 은행에 대해서만 신용등급 조절을 했지만 실제로는 한국 은행업계 전반에 대한 비평을 함께 하고 있다.

"한국의 모든 은행들이 낮은 수익성과 부실한 자본구조, 거액의 무수익자산보유 등으로 취약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고 지적한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재무실적 및 영업실적을 기본으로 삼아 해당은행이 목표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적절한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뱅크워치는 이런 기준에서 국내 은행 중에 신한.국민.주택.한미.하나은행 등이 목표시장 공략을 위해 비교적 강한 전략적 기반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한빛.조흥.외환은행은 상대적으로 취약성을 지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3개 은행은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으로 지분분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뱅크워치사는 우리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미국의 무디스.S&P(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영국의 피치 IBCA 등에 버금가는 세계 4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이며 은행업종의 신용평가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뱅크워치의 신용평가는 국제적인 펀드들의 주식 및 채권 포트폴리오 편성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미국 및 유럽계 투자가들의 투자의사결정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고 말했다.

그동안 무디스나 S&P는 국내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을 투자 부적격으로 평가한데 반해 뱅크워치만 투자적격 등급을 주고 있었다.

이번의 신용등급 하향조정과 관련, 금융계는 시장에 그다지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해당 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압력은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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