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뮤지컬로 감동 준 라스 폰 트리에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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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킹덤' '브레이킹 더 웨이브' '백치들' 등으로 한국 관객에게 낯익은 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44)감독의 저력이 칸 영화제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경쟁 부문에 출품한 뮤지컬 '어둠 속의 댄서' 시사회가 열린 17일(현지시간)각국 기자들은 폰 트리에 감독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 영화는 체코 출신 이민자가 미국에서 남편 없이 아들을 힘겹게 키우다 운명을 바꾸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는 이야기로 관객들을 찡하게 만들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는 다소 동양적인 여성상을 그린 점도 특이했다. 이미 미국에 3백만 달러에 팔렸고 한국 수입업자와도 계약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 전 작품들과는 달리 뮤지컬이라서 힘들지 않았나.

"음악을 많이 몰라 솔직히 두려웠다. 뮤직비디오 등 뮤지컬 제작에 필요한 것들을 많이 보며 나름대로 공부를 했다. 힘든 만큼 보람도 컸다. "

- 1960년대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에서 노래를 빌리고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영화이기도 하고 내가 제대로 아는 음악이 그것 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 당신 영화의 여주인공은 늘 피해자로 그려진다.

"여성을 낮춰보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이번 영화에서는 자기 희생적인 여성을 그렸지만 나는 인간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 프랑스의 카트린 드뇌브 등 출연진 대부분이 유럽 배우들인데 영어로 제작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다.

"외국어로 대사를 할 경우 아무래도 감정 전달에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언어보다는 개념과 감정을 강조했다. 출연한 배우들이 뭔가 도전한다는 느낌을 가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게다가 영어는 어느 나라 말보다 세계적이지 않은가. "

칸〓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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