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읽기] 영양가 있는 '피자의 아침' 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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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피자처럼 맛있습니다" 라는 예고문안으로 눈길을 끌었던 MBC '피자의 아침' 이 드디어 그 미각의 실체를 드러냈다.

새로운 요리 프로그램의 탄생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그 맛있는 피자가 엉뚱하게도 '피디' (PD)와 '기자' 의 합성어임을 알고는 야릇한 배신감을 가졌음직도 하다.

말하자면 피자는 요리(프로그램의 재료)이자 요리사(프로그램의 주체)였던 셈이다.

명실상부한 '피자의 아침' 이 되기 위해선 단순한 종합선물세트 차원을 뛰어넘어 PD와 기자의 재능과 정열, 그리고 사명감이 화학적으로 결합돼야 한다(결합이라는 단어의 본성에 주목하기 바란다). 기본적으로 텔레비전은 소리와 영상의 결합이다.

방송의 아이디어 역시 창조라기보다는 결합에 가깝다.

예를 들어 보자. 그 뿌리의 독자성 여부와 관계 없이 '좋은 세상 만들기' 의 '장수퀴즈' 는 예전의 '장수만세' 와 '장학퀴즈' 의 결합이다.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의 '출발 드림팀' 은 연예스타와 스포츠게임의 결합이며 '아름다운 TV 얼굴' 의 '스타모놀로그' 는 인터뷰(내용)와 뮤직비디오(형식)의 유기적 결합이다.

PD와 기자의 만남은 드림팀이 될 수도 있고 자칫 '개꿈' 에 그칠 수도 있다.

그들의 연대가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불꽃을 일으키는 연결(이왕이면 병렬이 아닌 직렬연결)이 되려면 먼저 그 직업의 속성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PD는 아티스트를 꿈꾸지만 TV는 그들에게 엔터테이너가 되길 요구한다.

임도 보고 뽕도 따는 PD들은 그 두 가지 욕망이 충돌하지 않는 자들이다. 기자는 저널리스트의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

빠르고 정확하게 세상의 일을 전달하면서 뉴스의 가치를 재는 자(척도)와 저울(공평무사)을 지녀야 한다.

PD의 꿈은 새로운 것을 재미있게 꾸려낼 줄 아는 아티스트 겸 엔터테이너이며 동시에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뉴스와 정보를 빠르고 빈틈없이 공급해야 하는 저널리스트이다.

맛있는 피자를 만들겠다고 온갖 종류의 재료를 다 쏟아붓는 것은 유치한 과욕이다.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일삼는 것도 예의에 어긋난다.

프로그램은 프로(전문가)가 만드는 것이다.뉴스와 정보는 피자의 기본식단이며 피자(PD와 기자)는 이름값을 하는 프로요리사가 되어야 한다.

그들에게 맛(재미)의 마지노선은 중독이다. 중독은 노예상태로 진입하는 단계이다. 무리한 경쟁심으로 피자를 태우면 안 된다.

요리책을 1백 권 읽었다고 훌륭한 요리사가 되지 않는다. 진정한 요리사는 고객의 수를 늘리는 데만 신경쓰지 않고 미각과 건강을 고려하여 음식을 만든다.

화려한 빛깔의 음식은 눈길을 끌 뿐이다. 보기에도 좋고 맛도 있고 건강도 배려하는 상쾌한 피자의 아침을 기대한다.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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