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빅3’ 본부장 모두 교체 … 방문진 “보도 공정성 개선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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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MBC 엄기영 사장의 사표가 반려됐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10일 오후 엄 사장 등 임원 8명이 일괄 제출한 사표의 처리 여부를 논의한 결과 “엄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엄 사장과 함께 사표를 제출한 임원 8명 가운데 김세영 부사장 겸 편성본부장, 이재갑 TV제작본부장, 송재종 보도본부장의 사표는 수리키로 결의했다. MBC는 다음 주 초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공석이 된 편성·제작·보도본부장에 대한 후임 인선을 진행할 예정이다.

엄 사장의 사표가 반려된 것은 ‘재신임’보다는 ‘경고성 반려’에 가깝다는 해석이 많다. 방문진 차기환(대변인) 이사는 “갑작스러운 사장 사퇴로 생길 경영 공백을 우려해 이번엔 유임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그렇다고 엄 사장에 대한 면책의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유임 결정은) 미진했던 ‘뉴 MBC 플랜’을 더 강하게 추진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엄 사장이 갑작스레 사표를 낸 것도 방문진 이사회의 경고에 따른 것이었다. 엄 사장은 당초 11월 말까지 자신이 제안했던 ‘뉴 MBC 플랜’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뉴 MBC 플랜’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단체협약 개정도 끝내지 못한 상태다. 지난달 30일 방문진 이사회에선 “개혁 성과가 미진하다”며 엄 사장에 대한 불만이 터졌다.

방문진 내부에서 이번 유임 결정에 대해 “경고 차원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혁 성과가 미진할 경우 내년 2월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다시 한번 엄 사장의 거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방문진 이사들 가운데는 사석에서 “엄 사장도 함께 경질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밝힌 이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사표 제출에 따른 이번 유임 결정으로 엄 사장은 상당 부분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편성·보도·제작 등 핵심 본부장들이 모두 교체돼 MBC의 방송 방향에 대한 ‘새 판’도 짜야 한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100분 토론’의 시청자 의견 조작 등으로 편향성·공정성 시비에 휩싸였던 보도 관련 프로그램의 변화도 예상된다.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은 “새롭게 갖춰지는 (편성·보도·제작) 진용이 MBC의 추락한 신뢰와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표 파동’으로 불거진 MBC 노조와의 갈등도 엄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날 노조원 30여 명은 방문진 사무실을 찾아 항의 농성을 벌였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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