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자 등 한국 과일 섞으면 멋진 칵테일 나올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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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와인·사케·위스키 등 수입 주류의 판매가 주춤한 와중에 조용히 시장을 넓혀가는 술이 있다. 보드카다. 2004년 국내에서 9L들이 케이스로 3만6000개가 판매된 보드카는 지난해 8만4000개가 팔려 매출이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보드카는 발효가 가능한 모든 농작물로 만들 수 있다. 발효와 증류를 거쳐 물을 섞은 술을 가리킨다. 재료나 원산지에 대한 제약이 없다. 다만 원액을 숙성하면 보드카라고 부르지 못한다. 미국에선 버번 위스키보다 많이 팔린다. 위스키의 나라 영국에서도 젊은이들은 위스키 대신 보드카를 주로 마신다. 알코올 도수가 40도인데, 대부분 음료와 섞어 칵테일로 즐긴다. 보드카는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국내에서는 해외여행이나 유학을 통해 외국 문화를 접한 이들이 늘고, 도수가 높지 않은 주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소비가 늘고 있다.

미국 드라마 ‘가십 걸’과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히치’,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윔블던 테니스대회 사전 파티 등에 자주 등장하는 고급 보드카가 있다.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그레이 구스’다. 보드카 가운데 가장 많은 다섯 번의 증류 과정을 거치는 그레이 구스의 ‘메트르 드 셰(제작 총괄자)’ 프랑수아 티볼트(50·사진)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세계적인 주류의 흐름이 있나.

‘그레이 구스’ 제작자 프랑수아 티볼트(왼쪽)가 선보인 ‘봉수아 세울(Bonsoir Seoul)’ 칵테일. 그레이 구스 보드카와 크랜베리 주스, 유자즙 등을 섞었다.

“각국의 소비자가 보다 고품질의 칵테일을 원하는 추세다. 보드카는 다양한 재료와 섞을 수 있어 가장 잘 팔리는 주류로 떠올랐다. 럼이나 위스키는 자체의 풍미가 있어 섞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 온 이유는.

“홍콩·중국에 이어 한국을 방문한 뒤 일본으로 간다. 아시아 시장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를 도처에서 볼 수 있다. 고품격 보드카는 주로 곡물로 만든다. 아시아는 같은 곡물인 쌀을 기반으로 한 술을 전통적으로 마셔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프랑스산 고품격 보드카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레이 구스가 글로벌 유명 인사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이유는.

“100% 프랑스산 밀과 최상의 주류를 생산하는 코냑 지방 매시프 산맥의 깨끗한 물을 사용한다. 우리는 결함을 없애는 게 아니라 결함이 아예 없는 것을 고품질로 여긴다. 세계적인 주류 품평대회에서 최고의 보드카로 선정되면서 유명 인사들이 선호하는 주류가 된 것 같다.”

-마시는 방법은.

“얼음을 담은 잔에 따라 그냥 마시면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한국에 와서 불고기로 저녁식사를 했는데, 산딸기 같은 붉은 과일과 섞어 칵테일로 마시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한국 배와 유자의 맛이 뛰어나던데 칵테일로 만들 만하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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