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0㎞ 자전거 타며 젊게 살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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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도 생활 자전거에서 벗어나 오락과 레저로서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문화적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봅니다.” 세계 최대 자전거 제조회사 ‘자이언트’의 보니 두(62·대만·사진) 사장은 “세계 자전거 시장에서 봤을 때 한국 시장은 미개척지”라며 “한국인의 생활과 의식 수준을 감안할 때 앞으로 활성화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1972년 대만에서 설립된 자이언트는 연매출 15조원, 전세계 시장 점유율 10%의 글로벌 기업이다. 미국·일본·영국·네덜란드 등 13개 국가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대만·중국·네덜란드 등 8개 공장에서 연간 800개의 모델로 600만 대를 생산하고 있다.

두 사장은 매일 30㎞씩 자전거를 탄다고 밝혔다. 주말에는 100㎞ 거리의 장거리 라이딩을 즐긴다. 그는 “자전거 타기는 내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서울 바이크 엑스포’에 참석차 방한한 두 사장을 6일 만나 자전거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전거 산업의 트렌드는.

“한 대의 자전거에는 세계 각국의 기술이 응집돼 있다. 좋은 자전거를 제작하기 위해선 세계 여러 곳에서 좋은 부품과 기술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주요 국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생산과 소비가 긴밀히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도시형 자전거와 여성용 자전거에 주력할 계획이다.”

-최근 한국에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했는데.

“그동안 세계 자전거 시장에서 한국이 저평가된 게 사실이다. 제조업체가 볼 때 자전거에는 두 종류가 있다. 200달러 이하와 그 이상의 자전거로 나눌 수 있다. 소비자가 200달러 이하의 자전거를 탄다는 건 교통 등 생활 수단이 목적이란 의미다. 그러나 200달러 이상의 자전거는 쾌락과 레저 문화를 상징한다. 한국은 200달러 이상의 자전거 소비가 점점 늘어날, 매력적인 시장이다.”

-자전거 문화를 확산하려면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할까.

“나라 전체에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기반 시설이 마련되고, 시민들이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한국은 아직 자전거 지식과 안전 교육이 부족한 편이다.”

-한국 자전거 산업에 대한 전망은.

“세계적으로 볼 때 생활 수준이 높을 수록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많다. 친환경·건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 유럽 도시들처럼 자전거가 일상화한다. 한국도 이 기조에 동참하면 한국 내 자전거 산업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5000만 인구의 나라라면 연간 300만~500만대의 자전거가 팔리는 게 일반적이다.”

-자이언트사가 국제적인 제조업체가 된 비결은 뭔가.

“자이언트는 설립 당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생산을 시작했다가 차츰 자체 생산 비율을 늘려왔다. 현재 자이언트 제품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OEM에서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 덕분이다.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어 대중화에 성공했다.”

-대만에 여성 전용 자전거 매장을 열었다는데.

“사이즈가 작고 색상이 핑크색이라고 해서 여성용 자전거가 아니다. 여성의 인체 공학에 맞게 디자인해야 한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많은 액세서리가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글=김경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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