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가수' 현숙 최근 새 음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효녀가수' 현숙이 20년째 병상에 누워계신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가운데 올해도 새 음반을 선보이며 전국 무대를 누비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96년 '사랑하는 영자씨' 를 히트시킨 데 이어 '고백' '해피데이' 등 줄줄이 히트곡을 내놓은 그는 지난해부턴 '요즘여자 요즘남자' 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최근에 나온 앨범엔 '요즘여자 요즘남자' 를 재수록한 데 이어 '좋아좋아' '사랑은' 등의 신곡들을 실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숙이 치매 증세로 오랫동안 병상에 계셨던 아버지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지 4년. 이미 방송가에서 효녀로 소문난 그녀는 96년 국민포장을 받았다.

어머니는 20년째 중풍을 앓고 있다. 벌써 몇년째 기저귀를 착용한 채 링거로 연명하고 있다.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엄마를 불러봐요. 물론 아무리 불러도 대답도 못하시지만 그래도 곁에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복이라고 여기죠." 좋은 곳을 찾았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엄마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플 때가 한 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집에서 된장찌개를 먹을 때도 밥상 앞에 함께 앉지 못하는 엄마가 마음에 걸려 방문을 닫아놓고 먹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한결같은 마음은 다른 데서도 잘 드러난다.

20년째 당산동에서 살고 있는 것도 그렇고, 20년된 매니저와 17년된 운전기사와 함께 해온 것도 그렇다.

불행히도 매니저 김상범씨가 요즘엔 신부전증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어 김씨를 물심양면으로 돌봐주면서 직접 스케줄을 챙기며 일한다.

"그분은 저에게 '정말로' 라는 곡을 주신 분이에요. 오늘의 제가 있도록 해주신 분이죠. 편찮으시다고 해서 금방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요. "

하루하루 일정은 거의 초인적인 힘을 요구하는 수준이다.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집을 나오는 그는 오전에 의정부, 점심시간엔 서울에, 오후엔 울산에 있다가 다시 저녁엔 서울에 도착해 야간업소에서 노래를 부르는 식으로 뛰어다닌다.

"불러주는 곳이 없는 것보다야 낫잖아요. 어머니를 모실 수 있게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다 복이에요" 라며 그는 사람좋게 웃는다.

"아버지께 잘해드렸는데도 돌아가시니까 후회가 남았다" 고 말하는 그는 "엄마가 그래도 곁에 있어 형제들과 자주 만날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 이라고 말했다.

발랄한 표정으로 부르는 노래만으로도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그는 요즘에 만나기 힘든, 정말 아름다운 천성을 지닌 사람이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