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음성 포털'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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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포스트(後)포털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인터넷에서 정보검색 통로 역할에만 충실한 현재의 포털보다는 보다 신속하고 편리하며 보안성이 돋보이는 게 차세대 포털의 특징이다.

때문에 야후.알타비스타.라이코스 등 기존 포털도 차세대 포털로 거듭 나지 않는 한 미래가 그리 밝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차세대 포털의 선두주자는 음성 포털이다. 말 그대로 육성으로 정보검색을 명령하고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굳이 컴퓨터가 자기 앞에 없어도 된다. 전화를 통해 검색을 명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800서비스(한국은 700)처럼 전화를 이용해 지정된 음성포털로 접속, 원하는 키워드를 발음하면 곧바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남녀노소, 컴맹 여부에 관계없이 전화만 쓸 줄 알면 된다는 얘기다.

대표적 사이트는 '텔미닷컴(http://www.tellme.com)' '쾍크닷컴(http://www.Quack.com)' '비보컬닷컴(http://www.BeVocal.com)' '토크투닷컴(http://www.Talk2.com)' '888텔서프닷컴(http://www.888TelSurf.com)' 등이다.

이들은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 고객 명령어를 키워드로 자동 검색작업을 벌인다.

주식.스포츠.점술.날씨.교통.뉴스.영화.음식점 소개 등 음성 포털 사이트의 서비스는 다양하다.

텔미의 경우 고객이 '음식점' '영화관' 등의 명령어를 주면 고객 전화의 발신지를 추적해 거리상 가까운 곳부터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 답변해준다.

고객이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골라 선택하면 이 사이트는 선택한 음식점.영화관으로 곧장 전화를 걸어준다.

텔서프는 음성으로 e-메일 송수신 서비스를 해주며 비보컬은 자동차 운행 방향을 가르쳐 준다.

음성 포털의 또 하나 장점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익스플로러 '끼워팔기' 같은 독점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

개인입장에서 보면 음성을 이용해 원하는 정보를 받으면 그뿐이지 어떤 브라우저를 가동해 정보검색을 하는지는 철저히 사이트 소유자의 일이라는 얘기다.

음성 포털의 최대 경쟁자는 점차 서비스 영역을 점차 확대해가는 무선통신.셋톱박스 등 주문형 정보검색 시스템. 이들 역시 이동성과 신속한 정보검색이 보장돼 음성포털에 도전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음성 포털 경영자들은 "미 전역엔 2억2천만대의 전화가 퍼져 있고 전화 역사만도 1백24년에 달한다.

전화를 이용한 사이트 접속만큼 편리한 것은 없다" 며 호언하고 있다.

인트라넷보다 훨씬 진보된 기능을 갖춘 기업 포털도 주목받는 '신개념' 포털 사이트다.

세계적 화학회사 듀폰, 사무용품 회사 스테이플스 등은 마케팅.신제품 정보.판매.사내 소식 같은 각종 정보를 올릴 수 있는 포털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게시판 성격이 강했던 기존의 인트라넷과 달리 기업 포털은 데이터베이스.스프레드시트.문서 작업 등 각종 응용이 가능하다.

회사와 관련된 업무일 경우에는 어떤 종류의 포털보다 경쟁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의 의료 기관들도 기업 포털 사용이 늘고 있는데 이는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처방전을 따로 써주지 않고 기업 포털에 처방전을 입력하면 약조제, 환자 병력조회가 한꺼번에 이뤄지는 편리함 때문이다.

즉 환자들의 의료정보가 미리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돼 있어 처방전이 들어오면 곧바로 처방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지 검색이 가능해 진다.

심지어는 환자의 병력이나 체질.보험기록.그동안의 투약과정까지 확인이 가능해 의사는 힘들이지 않고 종합적인 환자치료를 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한편 기업 포털 사이트 덕에 듀퐁은 올 한해 6천6백만달러, 인력 공급회사 휴윗 어소시에이츠는 8백만달러의 경영 비용을 절약할 전망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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