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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족'속 선행 베푸는 황중선 상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시련이 클수록 사람은 단단해지는 법이고, 고통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타인의 고통을 배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주위로부터 '살아있는 가브리엘 천사' 로 불리는 육군 36사단 공병부대 소속 황중선(黃重善.36.원주시 단구동)상사의 '삶의 좌표' 다.

黃상사의 가족 대부분은 환자다. 어머니 이순자(李順子.60)씨는 15년전부터 피가 제대로 순환되지 않는 만성혈액결막증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다.

아버지 황사열(黃士熱.60)씨도 우측대퇴골수문혈성이라는 병을 앓아 골반과 무릎뼈를 들어내고 인조뼈로 버틴다.

그는 이들 부모와 함께 10년째 몸이 불편한 장모도 함께 모시고 있다. 게다가 자녀 2남1녀 가운데 2명이 시력장애와 심장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黃상사는 결코 절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생활하고 있다. 그는 "가족의 건강이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우리 가족이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고 강조한다.

'불행은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면 행복이 된다' 는 신념을 갖고 있는 黃상사는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친다. 매주 화요일이면 병사 10여명과 함께 부대 인근 원주 시립복지원을 찾아 장애인들에게 목욕을 시켜주거나 말동무를 해준다.

1989년 강원도 화천에 있는 전방부대에 근무할 때는 남몰래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도 했다.

육군은 黃상사를 육군 '충.효.예 모범 하사관' 으로 선발, 참모총장상을 주기로 했다. 전역후 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게 꿈이라는 黃상사는 "제대하는 마지막 날까지 충실한 군복무는 물론 다른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겠다" 고 다짐했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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