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버블’ 잘만 올라타면 큰 수익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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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은퇴를 미루고 다시 펀드매니저로 복귀하려고 한 이유가 적잖이 궁금하실 것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국 경제·기업·증권시장에 대한 내 마음속 확신입니다. 그 믿음이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투자 기회도 널려 있을 뿐만 아니라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의 글로벌 경제리서치 책임자인 짐 오닐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우리 세대와 우리 자녀의 세대에게 가장 놀랍고 중요한 경제적 사건이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중국 현장에서 나는 수많은 투자 기회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홍콩 사무실에서 최근 석 달 동안 머물렀습니다. 그때 중국과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내 호기심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홍콩에서 영국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중국에서 아주 좋은 기회를 포착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중국 주가가 많이 오를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도 말했습니다. 더 깊은 속내도 고백했습니다. 다시 현장에서 자산을 운용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내의 반응이 놀라웠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 현장에서 뛰어 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 힘을 얻어 나는 현역 선수로 다시 나서는 문제를 회사 사람들과 몇 주 동안 깊이 의논했습니다.

앞으로 신흥시장이 선진시장보다 더 매력이라는 내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미 나는 칼럼과 강연 등에서 밝혔습니다. 최근 상황을 반영해 설명하면 미국 등의 리더들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래를 담보로 잡혔습니다. 미래 세대에게 부담인 채권을 대량으로 찍어 조달한 돈으로 현재 위기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가정들은 요즘 부채를 갚느라 소비를 줄이고 있습니다. 서방 은행들은 이런저런 손해 때문에 약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돈 떼일까 무서워 대출을 꺼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미국과 영국, 유로 사용지역(Euro Zone)의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릴 게 뻔합니다. 버블 이전과 견줘 성장률이 얼마나 낮을지는 현재 경기 회복이 일단락되는 내년께 아주 분명히 드러날 테지요.

반면 중국의 성장은 더욱 돋보일 것입니다. 한 곳이 지지부진하면 조금이라도 나은 쪽이 더 그럴듯해 보이는 법이니까요. 수많은 사람이 돈을 선진시장에서 중국 쪽으로 돌릴 것입니다. 많은 자본이 중국과 주변 시장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얘깁니다.
요즘 중국은 20~30여 년 전 한국·대만이나 40~60여 년 전 일본의 빠른 성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성장 규모는 그들보다 월등히 큽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한 경제 규모이니 말입니다. 선진국 소비자들이 빚을 줄이기 위해 소비를 줄이고 있는데 중국 소비자들은 요즘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그들의 소득도 내 집이나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사고 싶어 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있고 다른 이머징 국가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확고한 중앙권력이 버티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의 앞날이 순탄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중국도 전형적인 신흥시장입니다.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앞으로 적잖이 변덕스러울 테지요. 게다가 좀 더 일찍 펀드를 조성했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주가가 침체돼 있던 올해 초가 가장 좋은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나는 중국의 요즘 주가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고 봅니다. 이제 겨우 대세 상승의 첫해에 진입했을 뿐입니다. 중국 주가의 오름세는 몇 년 더 이어질 듯합니다. 중국 증시는 다른 시장보다 먼저 추락해 긴 침체를 이미 겪었습니다.

중국 증시에 거품이 일까요? 투자 전략가나 고수들이 ‘차이나 버블’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버블이 부풀어 오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이 채워져야 합니다. 오랜 세월 아시아시장을 경험한 전문가는 “내가 투자하지 않았는데 주가가 많이 오르면 거품이고, 내가 투자하고 있는데 주가가 뛰면 대세 상승”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거품은 대세 상승과 마찬가지로 몇 년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이를 잘 이용하고 싶습니다.

최근 5년 새 나는 중국을 자주 찾았습니다. 중국 기업들을 방문하기 위해 해마다 두 차례 그 나라를 찾았습니다. 내가 피델리티의 스페셜시추에이션 펀드를 직접 운용할 때인 2005~2007년에 전체 자산의 5%를 중국 주식에 투자했습니다. 또 피델리티에는 많은 중국 전문가가 있습니다. 중국 전문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트레이더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롄(大連)에는 현지 법인이 있기도 합니다. 이미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연 투자 콘퍼런스에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500여 명을 참석시킬 수 있었습니다. 내가 그들과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중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확신이 더 커졌습니다.

나는 스페셜시추에이션 펀드를 운용할 때 얻은 노하우와 감각, 승리의 맛 외에 피델리티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새로 설정될 중국 펀드에 적용해 보려 합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더 이상 칼럼을 쓰지 못하게 됐습니다. 양해바랍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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