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강한 한국항공전문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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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취업한파 속에서 대학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졸업 후 안정된 직장을 찾아 일찍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싶다면 전문학교의 문을 두드려보자. 내년에 개교 20주년을 맞는 한국항공전문학교는 매년 90% 이상의 취업률을 자랑한다. 국내 항공사와 대기업에 취직하는 비율도 높다. 체계적인 실습수업과 산학연계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취업고민을 해결하는 현장을 찾아갔다.


“컵 위쪽은 승객의 입이 닿는 부분이에요. 컵 아래쪽을 잡고 냅킨과 함께 음료를 건네야 합니다. 창가에 계신 손님부터 통로 안쪽에 앉은 손님의 순서로 권하면 돼요.”

지난 2일 오후, 서울 제기동에 있는 한국항공전문학교 지하 강의실에서는 여객기 객실서비스 실무 수업이 한창이었다. 오늘 배우는 것은 기내 음료서비스 제공과 세이프티 데모(Safety Demo: 비상시 구명조끼와 산소마스크 착용방법 설명). 실제 기내와 똑같이 생긴 실습실에서 학생들은 승무원 제복을 입고 승무원과 손님으로 나눠 역할극을 했다. 직접 카트를 끌며 음료를 따라주기도 하고 친구들 앞에서 안전벨트 확인요령 시범을 보이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대처요령을 익혔다.

1990년에 개교한 한국항공전문학교는 교내에 150억여 원을 들여 지상 5층 규모의 항공안전센터를 지었다. 1층에는 공항 지상직 실습장, 2·3층에는 실제 비행기 모형과 비상 탈출 훈련을 할 수 있는 수영장까지 갖췄다. 객실서비스 실무수업을 하는 지하의 운항실습실도 실제 보잉 747기 내부를 그대로 들여왔다. 항공운항과 이성기 학과장은 “항공사에서 실제 승무원을 선발할 때 사용하는 시설을 똑같이 갖추고 있어 취업 예비실습을 수시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전문학교 내에는 항공정비과·항공비파괴검사과·항공관광과·항공물류과·항공보안과 등 다양한 학과가 있지만, 승무원을 양성하는 항공운항과의 인기가 가장 높다. 이소영 교수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독특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승무원을 꿈꾸는 여학생들이 많다”며 “승무원 교육을 통해 예절과 밝은 미소를 습관화하면 이를 바탕으로 비서나 호텔리어 같은 다른 서비스 직종으로 진출하는데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얼굴이 예쁘고 날씬해야만 승무원이 될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모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승무원이 되기 위해선 토익은 물론 일본어능력시험 (JPT) 등 각종 외국어 시험 준비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이를 위해 관광영어·호텔영어와 같은 영어 수업과 시험대비 특강수업까지 진행한다. 시험 주최측과 협의해 재학생들이 학교에서 시험을 봐도 공인인증시험과 똑같이 인증받을 수 있다.

학생들은 방학 중에도 면접대비 특강, 코디네이터 수업 등을 들으며 쉴 틈 없는 나날을 보낸다. 이후 산학협력 업체에서 인턴근무를 할 수 있다. 이 학과장은 “제주항공 등 여러 업체와 MOU를 맺고 있어 학생들이 급여를 받으며 인턴근무를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학생들이 조기취업을 한다”고 말했다.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자퇴한 후 이 학교에 입학했다는 장지은(22·여·항공운항과2)씨는 “현장경험이 풍부한 교수님들의 수업을 들으며 승무원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더 커졌다”며 “실습수업이 워낙 많아 ‘공부’를 한다기보다 친구들과 매일 ‘놀이’를 하는 것처럼 수업시간이 즐겁다”고 자랑했다.

이민경(18·항공운항과1)양은 “처음에는 전문대학에 진학할까 고민하다 취업지원 혜택을 보고 이곳을 선택했다”며 “특히 지난 3월에 비행기를 전세내 김포와 제주를 오가며 승무원 체험을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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