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쓴 독일역사'등 독일관련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민족통일에 대한 열망, 냉전의 양대 세력 사이에 끼어 두개의 나라로 쪼개진 역사적 상황 등 독일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현대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정리된 관점으로 일관되게 쓴 통사가 드물다는 사실조차 비슷하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한국인과 독일인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은 물론 '한국(독일)은 무엇인가' 하는 외부의 물음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해왔다.

우리가 아직도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독일은 특정인의 시각으로나마 해답을 찾은 것 같다.

최근 잇따라 출간된 두권의 책에 그 답이 들어있다.

독일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들이다.

하나는 독일 역사의 시작에서부터 통일까지의 역사 전반을 한권에 묶은 '새로 쓴 독일역사' (하겐 슐체 지음.반성완 옮김.知와사랑)이고, 다른 하나는 요즘 독일 정부와 독일인들의 삶을 상세하게 담은 '독일인, 어떻게 살(았)지?' (국중광 등 지음.한신대 출판부)다.

베를린 자유대학 역사학부 슐체 교수가 쓴 '새로 쓴…'는 로마시대를 시작으로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가 가져온 독일 통일까지를 연대순으로 적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사건의 나열은 아니다. 저자의 일관된 논점은 민족국가로서의 독일의 당위성에 맞춰져 있다.

독일 역사 자체가 유럽의 틀을 벗어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측면을 갖고 있는데다 특히 저자가 유럽사를 전공했기에 유럽 역사의 전개과정이라는 넓은 시각 아래 독일사를 서술했다.

'새로 쓴…' 의 에필로그 '독일이라는 조국은 무엇인가?' 에는 독일과 유럽의 역사를 대하는 저자의 이같은 시각이 잘 드러나 있다.

슐체는 독일 민족국가는 여러 차례의 실험을 통해 부적합한 모델로 판명났지만 세계질서의 급격한 변화 속에 뜻하지 않은 민족국가 건설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독일인들은 이때야 비로소 통일과 자유 두가지 모두를 소유한 것은 물론, 이웃나라의 반대가 아닌 동의까지 얻어냈다.

이런 점을 고려할때 독일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 있고 이 상황은 새로운 성찰을 가능케한다는 것이다.

역사서로는 드물게 독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를만큼 책 내용이 탄탄한 것은 물론 그림이나 포스터 등 다양한 시각자료를 책에 수록해 이해를 돕고 있다.

한편 '독일인, 어떻게…' 는 국중광.박설호.전춘명 등 독문학을 공부한 한신대 교수 세명이 함께 쓴 책으로 독일 문화의 전반적 소개 뿐 아니라 독일인들의 생활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쉬운 문체로 담았다.

이 책 역시 게르만 민족의 등장에서부터 통독까지의 간략한 독일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독일 정치와 경제.과학.축제.결혼.교육 등 그야말로 독일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은 안내서 역할을 하고 있다.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