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다시보기] '21세기와 자연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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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과학은 일반인에게 어렵다고 인식되는 학문 분야다.

그래서 과학 교양서가 선보일 때 유난히 강조되는 것이 '쉽다' 는 말이다.

1990년대 과학 대중화의 붐을 타고 이같은 과학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과학서가 쉽다는 것만으로 독자들을 파고 들 수는 없다.

책의 기초가 탄탄해야 독자들의 사랑을 오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94년 출간돼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21세기와 자연과학' (사계절.9천원)은 내용이 쉽다는 것과 속살이 알차다는 두 가지 장점을 고루 갖춘 교양과학서. 이인규(생물학)교수 등 서울대 교수 31명이 필자로 나선 이 책은 학문적 접근을 배제한 채 현대 과학의 핵심적인 분야와 앞으로 주목받을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주요 주제는 컴퓨터.수학의 세계, 우주의 비밀과 과학의 도전, 분자과학의 세계, 생명의 신비, 지구의 비밀, 환경과 자연 문제 등 6가지. 각각의 글은 학문적 깊이와는 거리가 있지만 꼭 알아야 할 핵심 내용을 쉬운 글로 서술하고 있다.

예컨대 서정헌(화학)교수가 쓴 '21세기 문명과 화학' 이란 장에서는 화학이란 학문의 성격을 간결하지만 빈틈 없이 설명하면서 분자 구성을 레고 장난감에 비유해 손쉬운 이해를 돕는다.

또 심재형(해양학)교수가 쓴 '해양 생물의 세계' 는 적절한 사진과 그래픽을 통해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94년 출간 이후 판매부수는 모두 2만2천여부. 매년 3천~4천부씩 팔린 셈이다.

최근까지 교보문고 교양과학부분 베스트 셀러에 올라있으며 국내 저자의 책이란 점에 의미가 있다.

디지털 혁명의 여파로 세상을 한꺼번에 바꿀 듯한 정보통신 과학서적이 득세하고 있는 요즘 철저한 기본을 얘기하는 담담한 기초 과학서의 필요성은 더 클지도 모른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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