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뜨리다’와 ‘-트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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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선제골을 터트려라, 초반에 실점하면 경기 전체를 망가트릴 수 있음을 명심하라, 상대 수비의 균형을 깨트려라, 공격수 발 아래 떨어트려 주는 정확한 어시스트를 하라….”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주문을 쏟아 내는 감독의 말은 어법상 전혀 문제될 게 없는데도 어색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터트려라, 망가트릴, 깨트려라, 떨어트려’를 ‘터뜨려라, 망가뜨릴, 깨뜨려라, 떨어뜨려’로 써야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미묘한 어감 차이만 날 뿐 모두 바른 표현인데도 ‘-뜨리다’는 맞고 ‘-트리다’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터뜨리다, 망가뜨리다, 깨뜨리다, 떨어뜨리다’로 사용해도 되고 ‘터트리다, 망가트리다, 깨트리다, 떨어트리다’로 써도 된다.

‘-뜨리다’와 ‘-트리다’는 강조의 뜻을 더하는 접사로, 복수 표준어다. 예전엔 ‘-뜨리다’ 형태만을 인정했으나 현 맞춤법에선 ‘-뜨리다’와 ‘-트리다’를 모두 표준어로 삼고 있다.

넘어뜨리다/넘어트리다, 무너뜨리다/무너트리다, 부러뜨리다/부러트리다, 빠뜨리다/빠트리다, 쓰러뜨리다/쓰러트리다, 퍼뜨리다/퍼트리다 등도 어느 것이 옳은 표현인지 헷갈려 할 필요 없다. 둘 다 사용할 수 있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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