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y?] 간 세척·해독? 간접적 효과 밖에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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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자주 피로를 느껴 간 세척 또는 간 해독을 고려하고 있다. 허브요법·식사요법·건강기능식품·단식 등 간 해독에 유익하다는 것들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된다. 정말 간을 해독하고 씻어내는 게 효과가 있나?

A 결론부터 말하면 간 세척 또는 간 해독에 이로운 것으로 증명된 것은 없다. 간은 해독이 필요한 기관이 아니라 해독을 담당하는 장기다. 유해물질이 몸 안에 들어오면 대부분 간에서 무독화(해독)된다. 해독이란 알코올·의약품·식품에 함유된 유해물질을 덜 유해한 상태로 바꾸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이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돼 물과 이산화탄소로 바뀐 뒤 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그렇다고 간이 모든 유해물질을 해독하는 것은 아니다. 해독하지 못하는 것은 그냥 통과시킨다. 따라서 간에 해독·대청소가 필요할 만큼 유해물질이 오래 머물거나 쌓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간에 축적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비타민 A(과다 섭취 시)·철분·구리 정도다.

간접적으로 간 건강과 해독을 돕는 방법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실리마린이라고 알려진 밀크시슬(허브의 일종) 추출물이다. 독일에선 실리마린과 밀크시슬을 이용해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을 치료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허브도 간을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간이 제 역할(해독)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연의학에서 간기능을 개선하는 식품으로 꼽는 것은 황 성분이 함유된 마늘·양파,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한 사과·배·귀리·콩, 브로콜리·양배추 등 십자화과 식물, 강황·계피·감초 등 향료다. 민들레·바지락·사탕무 등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적은 없지만 간 건강에 이로운 식품으로 일컬어진다.

간 건강을 원한다면 되도록 적게 먹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포화지방(동물성 지방)·정제 설탕·알코올이다. 미국국립간재단은 과일·채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물을 많이 마시며,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간을 튼튼히 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발표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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