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관절염 혈소판 주사 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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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연골주사로 알려진 히알루론산 요법보다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주사요법이 등장했다. 종래 피부과와 성형외과에서 사용하고 있는 혈소판 주사요법이다. 혈액에 있는 성장인자의 기능을 이용해 피부궤양이나 화상 흉터에서부터 주름살을 개선하는 데 활용한다. 국내에선 ‘자가혈 피부 재생술’로 불린다.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계 미식 축구선수 하인스 워드. 올 2월 슈퍼볼 결승전에서 무릎 인대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2주 만에 결승전에 참여했다. 그의 빠른 회복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이 혈소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혈소판 응집 혈장(PRP)’. 자신의 혈액을 원심분리기로 돌려 농축된 혈소판을 얻은 뒤 이를 손상된 부위에 넣는다.

원리는 혈소판에서 나오는 TGF나 PDGF와 같은 성장인자가 세포의 재생을 촉진하는 것. 현재 테니스 엘보, 어깨·무릎관절 인대 손상, 족저근막염, 아킬레스건염 등으로 광범위하게 치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시술이 소개됐다.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은 이 시술법을 초·중기 무릎 관절염(연골 손상)환자에 적용했다. 지난 9월부터 100명의 환자에게 시술하고, 1개월 뒤 평가한 결과 80% 이상에서 통증(주관적 평가)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다. 조직이 재생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효과는 고무적이라는 평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선 이 시술법이 정형외과 질환에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리졸리 정형연구소는 이 치료를 받은 100명의 환자를 추적·조사한 결과 60대 이하에선 80%, 60대 이후엔 30%의 통증 개선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했다. 이는 혈소판 주사는 나이가 젊을수록, 그리고 관절염 초기일수록 치료효과가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Knee』올 10월호)

치료법이 간단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환자의 피를 20~30㏄ 뽑아 혈장과 혈소판·혈구로 분리한 뒤 2~3㏄의 혈장(혈소판이 120만 개 이상)을 주입한다. 인대나 힘줄과 같은 조직은 1주일 간격으로 1~2회, 연골손상은 3회 시술한다.

하지만 모든 연골손상 환자가 치료 대상은 아니다.

고용곤 원장은 “이 시술은 60세 이하의 초·중기 퇴행성 관절염 환자나 외상성 근골격계 환자에게 적합하다”며 “시술 후 24시간은 움직임을 제한하고 이후에는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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