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주의는 미국과 무관 지식인들 위기에서 생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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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반미주의는 사실 미국과는 관계없는 이데올로기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죠. "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논객 기 소르망(60)은 16일 서울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미감정에 대해 다소 냉소적이고 독특한 해석을 내놨다. 그는 최근 영어.프랑스어.한국어로 동시출간된 저서 'Made in USA'(문학세계)를 홍보하려고 방한했다.

그는 "프랑스와 한국의 반미감정은 공통적으로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발전했다"며 "자국 문화가 더이상 지배적인 위치에 서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지식인들이 특별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미국 문화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 반미주의자의 태도가 정작 미국에는 아무 영향력도 끼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미감정은 미국을 향한 것이 아닌 내수용이란 의미다.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미군 철수 논의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다. 한반도에서 미국은 밉든 곱든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미군 주둔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아시아지역의 평화가 유지돼 왔습니다. 미국을 대체할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미군이 떠날 경우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에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미국의 대외전략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유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미국인들의 '신념'이며 이는 역사적으로 부침을 겪어왔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계속 진전돼 왔다는 것이다.

그는 "적어도 9.11테러 이후 고립주의는 미국 내 여론에서 존재기반을 잃었다"고 단언했다. 중동에서는 현 정책을 유지할 것이 확실하고 북한.이란에 대해서는 보다 공격적으로 나갈 것인가 아닌가가 변수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 저서에서 그는 미국을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하나의 독특한 문명으로 분석했다. 그 기반으로 개인주의적인 종교, 열린 자본주의,'제국적 민주주의'로 표현되는 대외정책을 들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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