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부품이야기⑮]에어백에 구멍이 뚫려 있어도 불량품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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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안전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그 중에서도 에어백 부문은 많은 기술이 개발되었고 현재에도 꾸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부문이다.

지난 칼럼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량이 사전 제동 없이 콘크리트 벽과 부딪혔을 때 받는 충격은 차를 탄 채로 약 40m의 높이에서 떨어져 땅바닥과 충돌하는 것과 같다. 약 15층 높이의 아파트 옥상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충격의 상당부분을 찌그러지는 차체와 시트벨트가 흡수하고 나머지를 에어백이 감당한다.

차량이 충돌하면 에어백 ECU(중앙제어장치)가 가속도 센서 신호를 분석해 가스 발생기(Inflator)에 전류를 흘려준다. 그러면 가스 발생기 내에 있는 화약이나 압축가스가 폭발하고 이때 생성되는 기체가 공기 주머니(Air Cushion)를 부풀려 승객을 보호한다.

안전을 위해 에어백을 장착했지만,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차량 충돌 시의 충격으로 튕겨나가는 탑승자를 향해 에어백이 높은 속도와 압력으로 팽창하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더 큰 인명피해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에어백이 장착되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단순한 형태의 에어백, 즉 빠른 속도로 전개되어 단단하게 팽창한 공기주머니와 부딪혀 상해를 입은 사례가 많이 보고되기도 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에어백의 팽창력을 20~30% 줄인 에어백(De-Powered Airbag)이 등장했으며, 전자제어기술이 발달하면서 여러 종류의 센서를 이용해 승객의 위치와 체격, 앉은 자세, 시트벨트 착용 유무 등을 판단하여 에어백을 전개시키지 않거나 2단계로 전개하는 ‘기능향상 에어백(Advanced Airbag)’이 속속 개발되어 에어백 압력에 의한 상해를 방지하고 있다.

<사진 설명> 자동차 내부에 장착되는 모든 종류의 에어백이 전개된 모습.


그렇다면 에어백에 뚫린 구멍은 어떤 역할을 할까. 가끔 사고 현장을 보면 운전석이나 조수석 에어백이 바람이 빠진 채로 늘어져 있고 후면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에어백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이 장면을 보고 에어백이 불량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탑승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일련의 장치들이다.

충돌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반동으로 탑승자가 튕겨나가 크래시패드와 부딪히는 시간은 약 7/100초에서 8/100초 사이.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그보다 더 빠른 6/100초 이내에 전개돼야 하므로 에어백의 전개속도는 시속 200km 이상이다. 또한 완벽하게 전개되면 마치 터질 듯이 부풀어 매우 단단해진다.

에어백이 팽창한 후에도 전개된 모양 그대로 단단하게 유지되고 있다면 탑승자가 에어백에 의한 반동으로 다시 뒤로 튕겨나간다. 그래서 에어백 후면에 벤트 홀(Bent-Hole)이라 불리는 3~4개의 구멍을 뚫어 에어백을 팽창시킨 가스를 외부로 배출시키도록 했다.

다시 말해 충돌 후 탑승자가 앞쪽으로 튕겨나가는 사이에, 에어백이 팽창해 전체적인 모양을 만들어 주고 나서 내부의 가스를 방출시켜 푹신한 형태를 만들어 탑승자를 안전하게 받쳐주는 것이다. 바람이 가득 들어 있는 빵빵한 풍선에 부딪히면 반동으로 인해 튕겨나가므로, 누르면 쏙 들어가는 스펀지처럼 에어백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해 주는 것이 바로 이 구멍들이다.

혹시라도 에어백에 구멍이 뚫려 있다고 불량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사고가 나지 않으면 스티어링휠 속에 들어 있는 에어백을 꺼내어 살펴보기란 불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안전시스템설계팀 조병룡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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