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친정출신 野의원 "걱정되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앞으로 힘들어지겠구먼. "

지난 13일 총선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경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찰 출신인 한나라당 후보 2명이 당선되자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다른 간부들도 재직 중 우여곡절 끝에 옷을 벗은 이들의 전력을 거론하며 이들이 아직도 경찰에 악감정을 품고 있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부산 사하갑의 엄호성(嚴虎聲.45).경북 칠곡의 이인기(李仁基.47)당선자. 嚴당선자는 1985년 사시출신으로는 맨처음 경찰에 입문, 92년 가장 먼저 총경이 됐다.

이어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을 거쳐 96년 중부서장에 임명되는 등 경찰 내에서는 사시출신 중 가장 먼저 경무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98년 초 경찰 인사에서 승진이 안되고 경찰청의 한직으로 발령받았다. 그러자 당시 출입기자들에게 "원칙도, 기준도 없이 진행된 전형적인 빽생(生)빽사(死) 인사, 역대 경찰인사 가운데 가장 편파적인 인사" 라고 말한 뒤 사표를 냈다.

李당선자는 미장원 떼강도사건이 기승을 부리던 89년 서울 관악경찰서 형사과장으로 근무 중이었다. 당시 경찰 수뇌부는 "강도사건이 관내에서 발생만 해도 서장과 형사과장을 문책하겠다" 는 지침을 일선 경찰서에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는 관내에서 강도사건이 발생하자 사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청 간부들은 "경찰에 좋지않은 감정이 있는 데다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두 당선자가 국회 행자위에 배정되면 경찰이 곤혹을 치르지 않겠느냐" 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두 당선자는 "경찰 출신으로서 경찰을 너무나 사랑한다" 며' "과거는 과거일 뿐 나쁜 감정은 전혀 없다" 는 반응이다.

嚴당선자는 "당시 사표를 낸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역색에 휘둘리는 경찰 인사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을 뿐" 이라며 "늘 경찰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고 밝혔다.

李당선자는 "경찰에 애정을 갖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노력할 것" 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