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대회] 코스선정에 세심한 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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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로테르담대회가 '마라톤 기록의 산실' 로 인정받기까지는 대회조직위측의 세심한 배려가 큰 역할을 했다. 조직위측은 세계 톱클라스 선수들이 단 1초라도 기록을 단축할 수 있도록 사소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써왔다.

조직위의 배려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기록 단축의 열쇠인 코스 선정에서다. 시청앞을 출발, 에라스무스 다리를 건너 다시 시청앞으로 돌아오는 42.195㎞ 풀코스는 선수들의 지루함을 덜고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수 있도록 고안됐다. 에라스무스 다리 중간지점이 풀코스 중 가장 높은 곳으로 해발고도가 20m에 불과하고 전체적으로 표고차는 30m를 넘지 않는다.

5㎞에서 10㎞ 구간 사이 도로의 굴곡이 심해 제동이 자주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도로 양쪽의 경관이 수려해 선수들이 지루함을 덜 수 있고 라인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은 촘촘히 널려 있는 주변 건물들이 막아준다.

선수들이 한계를 느끼는 35㎞ 지점 이후부터는 약간의 내리막에다 항상 뒤쪽에서 불어주는 바람 덕분에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혼신의 岵막?뛰어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

올해로 20회째를 맞아 대회조직위측은 16일 벌어진 이번 대회에 역대 가장 많은 21명의 페이스 메이커를 투입했다.

페이스 메이커들은 출전선수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남자 4그룹, 여자 2그룹으로 나뉘어 선수 개개인이 모두 기록을 단축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각각의 그룹에 끼여 페이스를 리드했다.

특히 초반 5㎞까지는 1㎞마다 시계가 설치돼 있어 페이스 메이커들의 착오를 방지해 줬다.

조직위는 피니시 라인을 앞둔 40㎞ 지점부터는 5백m 단위로 노란줄과 시계를 설치, 선수들이 끝까지 자신의 기록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코스를 두차례 돌아본 임상규 코치는 "나무랄데 없는 코스다. 낮 최고기온도 13도 정도여서 기록단축을 위한 최상의 조건들이 갖춰져 있다" 고 말했다.

특히 로테르담대회는 네덜促?각지에서 열리는 튤립축제 기간 중에 치러져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 응원을 벌이게 돼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구경꾼들은 70만 로테르담 인구보다 많은 1백만명 정도. 두달전부터 로테르담의 모든 숙박시설 예약이 동날 정도다.

1988년 벨라이네 딘사모(에티오피아)와 98년 테글라 로루페(케냐)가 로테르담에서 각각 당시 남녀 세계기록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은 선수 개개인의 역량과 함께 조직위의 세심한 배려가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로테르담(네덜란드)〓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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