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 “법 질서 비웃는 고성불패 현상에 맞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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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법무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김성호(59·사진) 행복재단 이사장이 시민 운동가로 돌아갔다. 김 이사장은 ‘법치주의수호 국민연대’(이하 법치연대)라는 시민단체의 출범을 주도하고 있다. 법치연대는 7일 오후 서울 역삼동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출범식을 연다. 김 이사장은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법치주의 실현을 정부에만 맡길 게 아니라 국민이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공직에 있을 때 작은 키와 업무 추진력이 나폴레옹을 닮았다며 ‘김폴레옹’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그는 “민간인이 되니 추진력을 발휘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재단법인 행복세상을 만든 계기는.

“법무부 장관 시절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행복 국가’를 목표로 일했다. 결과가 미흡했기에 민간 영역에서 다시 해보려고 2007년 12월 공익재단을 설립했다. 뜻을 함께하는 분들이 기금을 내줬다. 2008년 초 국정원장으로 임명되면서 휴면기간이 생겼다가 올해 5월 재단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법치연대 출범 취지는.

“민주화가 달성됐는데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법 질서를 비웃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떼법·국민정서법 등의 고성불패(高聲不敗: 목소리 큰 사람이 늘 이긴다는 뜻의 사자성어) 현상에 맞서 실천 운동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국민 스스로 법치 확립의 주체가 되자는 의미다.”

-어떤 활동을 하나.

“국가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시위, 노사 갈등, 선거, 사이버 범죄, 교육 문제 등에서 목소리를 내겠다. 이론이나 구호가 아닌 행동가로서 국민 생활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감시하고 고발하겠다. 비폭력 항의 운동도 할 계획이다. 회원들이 ‘법치 수호 기사단’이 되는 것이다. 행복세상 재단은 이런 활동을 후원한다.”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생각은.

“공기업 노조는 약자가 아니다. 정당한 파업이 아니다.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고 국가 경제를 마비시키고 있다. 노조는 잘못된 판단에 따른 파업으로 생긴 피해를 책임져야 한다.”

-정부 정책에 편승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겠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로 볼 수는 있지만, 정부와는 무관하다. 법 질서 확립은 정치적 이해 관계를 넘어선 문제다. 정부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여전히 법치주의에 냉소적 분위기가 있는데.

“지난해 한국의 경범죄 위반 건수가 30만7000여 건이었다. 일본은 1만7000여 건이다. 국민적인 준법 실천 운동이 필요하다. 이에 앞서 지도층 부패와 불법 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이 있어야 한다. 지도층을 단죄하지 않고 일반 서민의 작은 잘못을 탓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 폭력 사건에 대한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이 논란이 됐다.

“법관의 양심은 자의적인 판단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사회 공동체와 공유할 수 있는 객관적 양심을 의미한다.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법관 개개인에 대한 교육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법치주의가 한국 사회의 갈등을 푸는 해법이 될 수 있나.

“세종시나 4대강 사업 등을 둘러싼 갈등에 국가 전체가 너무 매몰돼 있다. 복잡한 일일수록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견을 좁혀야 하고, 그래도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

글=김승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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