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패배…대전 유성 이성우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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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만 되고 보자는 선거풍토는 사라질 때가 됐습니다. "

대전 유성에 출마해 아쉽게 떨어진 이성우(李成雨.39.민주노동당)후보. 어느 선거보다 과열.혼탁선거가 판을 친 가운데서도 시종일관 깨끗한 선거운동을 펼친 그의 '페어플레이 정신' 이 돋보인다.

전국과학기술노조 위원장으로 노조원들의 추대로 출마한 李후보는 지난달 28일 후보등록을 하면서 기자회견장에서 유권자들과 한 약속을 지켰다.

▶선거비용의 10% 실업기금 기탁▶금품살포 및 지역감정 조장 중단▶선거비용 공개 등이 그가 한 약속. 사실 현 선거풍토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약속들이었지만 그는 하나도 어기지 않았다.

李후보는 한 사람의 손이라도 아쉬운 판에 선거기간 중 매일 자신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의 10%(5~6명)를 할애, 경로당 등 불우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도록 했다.

그는 또 각종 유세나 TV연설 등에서 끝까지 상대후보를 비방하지 않아 유권자들로부터 '별난 후보' 로 인식될 정도였다.

사실 당선이 유력시되던 송석찬(宋錫贊.민주당)후보가 구청장직을 중도에 그만둔데다 여러차례 토론회에 불참하는 등 비방거리가 많았었다.

그는 돈을 퍼부어 선거운동원을 동원하는 선거풍토와도 거리가 멀다.

李후보가 16일의 선거기간 중 쓴 돈은 법정 선거자금 한도(8천2백만원)의 65%에 불과했다. 선관위 공탁금 2천만원을 포함해 총 5천3백43만원이 쓴 자금의 전부. 그가 돈을 거의 쓰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선거운동원(연인원 1천여명)이 모두 자원봉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일부 후보들이 일당 5만원 정도를 줘가며 유세장에 대규모로 청중을 동원한 점을 감안할 때 인건비로만 5천여만원을 절약한 셈이다.

李후보는 지난 12일까지 총 8백50만원을 실업기금으로 유성구청에 기탁했다.

그는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앞으로 나같은 후보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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