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1년만에 복귀한 케빈 엘스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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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케빈 엘스터. 올해 36세의 별 볼일없는 내야수였던 그는 1994년 '리틀 빅 리그' 라는 야구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가 맡은 역은 미네소타 트윈스의 유격수 팻 코우닝. 하지만 앞으로는 영화가 따로 필요없을 것 같다.

그의 야구인생 자체가 영화같으니까-.

다저스 주전자리를 꿰찬 것도 꿈같은데 3연타수 홈런까지 기록할 줄이야. 그는 98년 텍사스 레인저스를 끝으로 은퇴한 퇴물이었다.

잦은 부상에다 성적도 96년 24개의 홈런을 기록한 이후 곤두박질,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은 데이비 존슨 감독의 전화 한통 덕분. 80년대 후반 뉴욕 메츠에서 함께 있었던 존슨 감독은 '똘똘한 유격수' 가 없어 고민하다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그를 불러들였다.

그러나 신분은 입단 테스트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인 '논 로스터 인바이티(non-roster invitee.미등록 초청선수)' .시범경기 중반까지도 올해의 다저스 유격수는 후안 카스트로와 알렉스 코라의 대결로 좁혀져 있었다.

그러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1년을 쉬었지만 엘스터는 스프링캠프에서 그동안 쌓인 녹을 닦아내고 보니 수비가 쓸 만했고 방망이는 오히려 둘을 압도했다.

결국 코라는 마이너리그로 돌아갔고 카스트로는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됐다.

박찬호와는 인연도 깊어 4일 박의 몬트리올전 첫 등판에서 2안타로 3타점을 박에게 담아주더니 이날 경기에서는 한경기 3개의 홈런을 꽂아 마치 영화의 마지막같은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그의 남은 시즌이 팬들의 눈길을 모으게 됐다.

엘스터는 지금까지 통산타율 0.228에 홈런 74개를 기록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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