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협상주역 박지원·송호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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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지원(朴智元)-송호경(宋浩景) 라인의 남북 당국간 막후 접촉은 파격이다.

특히 북한 문제와 거리가 있던 朴장관이 대북(對北) 특사 역할을 한 데 대해 정부 내에서도 '의외' 라며 놀라는 반응이다.

5공 때 장세동(張世東)안기부장, 6공의 박철언(朴哲彦)정책특보 등 과거 대북 밀사들이 대북 문제를 관장했던 점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朴 - 宋라인의 공통점이라면 둘 다 "양측 최고지도자가 신뢰하는 사람"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이 나선 것. 朴장관은 야당 때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분신' 으로 자타가 인정해 온 인물. 때문에 金대통령이 16대 총선에 출마하려는 朴장관을 "내 곁에 좀더 있어 줘야겠다" 며 만류했을 때부터 이미 朴장관의 대북 용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朴장관은 청와대 대변인과 문화관광부장관 등 정권의 '입' 역할을 해오면서, 국정운영의 브레인으로 활동해 왔다. 지난해 언론장악 문건 사태로 곤경에 처했지만 金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으로 버텼다. 청와대 공보수석이던 1999년 2월 정부 고위 관리로는 처음으로 북한 금강산을 가보았다.

72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80년대에 미국 뉴욕에서 사업으로 성공한 朴장관은 뉴욕한인회장.미주지역한인회 총연합회장을 지냈다. 이때 미국을 방문한 DJ를 극진히 대해 친분을 맺었다.

송호경 북한 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은 외교관 출신의 대남통. 40년 2월 평북 출생으로 김일성대학을 졸업한 수재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대사를 끝으로 98년 통일전선부 부부장으로 대남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통일농구선수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해 우리에게도 낯익은 얼굴이다.

북한이 대남담당 비서(장관급)인 김용순(金容淳)아태평화위원장 대신 宋을 내보낸 것도 북한 내에서의 그의 굳건한 지위를 짐작하게 한다.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으로 현대의 금강산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를 깔끔히 처리해 김정일의 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이란 것. 정몽헌(鄭夢憲)현대 회장과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깝다고 한다.

여기에는 노동당 국제부 때부터 그를 키워주다시피한 김용순의 역할도 작지 않다는 게 정보당국자의 설명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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