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케이블 미래 개척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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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케이블 TV는 빨리 아날로그의 옷을 벗고 디지털로 갈아 입어야 합니다. 방송.통신의 융합은 생각보다 신속히 오고 있습니다. 수세적으로 임하기보다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도전의식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케이블의 장점이 '쌍방향'에 있지 않습니까?"

지난 1일 한국케이블TV방송국(SO:System Operator)협의회 신임 회장에 뽑힌 유재홍(51.사진) 케이블TV 수원방송 대표. 보름간 위기의 케이블 호(號)를 구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위성방송에 대한 '(조건부)지상파 재송신 허용'으로 빚어진 갈등을 극복하고, 케이블 방송의 비전을 제시하는 게 그의 몫이었다.

"방송위원회가 지상파 재송신을 허용한 후 업계에선 초강경 목소리가 줄을 이었죠. 지상파 방송을 전송하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왔으니까요. 그러나 어떤 경우든 시청자를 볼모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회장으로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정책 대안을 끌어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앞을 내다보는 겁니다. 전 '디지털'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유 회장이 그리는 세상은 쌍방향과 'TV 포털'이 완벽히 구현되는 형태. 주문형 비디오(VOD), 각종 정보제공 서비스를 넘어 TV가 인터넷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TV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쏟아내는 '바보상자'가 아니라 시청자와 끊임없는 대화를 하게 된다. TV를 통한 상거래(T-커머스)도 활발해진다. 이를 통해 각종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그는 케이블이 다른 매체보다 '쌍방향'을 구현하는 데 우월하다고 믿고 있다.

"휴대전화 요금 등으로 한달에 5만원 이상의 통신비를 내는 소비자들도 케이블TV 요금 1만5000원은 아깝게 생각합니다. 그 심리적 구조를 깨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TV가 변해야 하고, 콘텐트도 풍부해야겠지요."

그러나 유 회장은 아직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우선 많은 케이블 사업자의 경우,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 방송위와 정부 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 특정 SO가 전체 SO 방송구역의 20%를 초과해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조항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9년과 2001년 SO 협의회장을 역임했으나, 지상파 재전송 문제로 당시 회장단이 물러나자 다시 회장으로 추대됐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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