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소득세 내리되 부동산보유세를 올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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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소득세율 2% 인하가 ‘부자 감세’라는 암초에 걸려 진통을 겪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분위기가 반전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야당의 ‘소득세 인하=부자 감세’라는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앞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소득세율 인하는 다시 검토했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 답변하면서 불에 기름을 부었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는 과표 8800만원 이상에는 현행 세율(35%)을 유지하자는 방안이 우세하다고 한다. ‘부자 감세’라는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정치적 편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새로운 대안을 찾는다면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방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소득세를 인하하면서 동시에 같은 규모로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자는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라 하면 ‘종합부동산세’의 악몽이 떠올라 기겁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는 어차피 인상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거래세(등록·취득세)에 편중되고 선진국들에 비해 보유세 비중이 턱없이 낮은 기형적인 구조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또 보유세는 다른 세금과 비교하면 물가를 자극하는 부담이 적고 소득에 역진(逆進)적이지도 않다. KDI는 “소득세 인하-보유세 인상이 조세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평균적인 가계의 후생을 장기적으로 증가시키는 정책 조합”이라고 제안했다.

소득세 인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공약한 사안이다. 경기 침체기에는 민간소비를 자극하고 경기를 부양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런 소득세 인하가 ‘부자 감세’ 논란에 휩싸여 정치적 희생양으로 변질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당초 약속대로 소득세 2% 인하를 추진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그 대신 ‘종부세 파동’ 이후 실종돼 버린 ‘보유세 현실화’라는 정책목표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할 때다. 산업용 토지에 대한 보유세 인상은 기업들의 반발을 부를지 모른다. 그러나 법인세를 인하하기로 한 만큼 이들을 설득할 여지는 충분하다. 정부와 여야는 정치적 공방을 접고 KDI 대안 등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