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열린 전과검증…납세·병역 능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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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13총선 후보 검증(檢證)의 마지막 카드가 던져졌다.

전과(前科)공개는 역대 선거사상 처음이다. 그 위력은 병역.납세.재산보다 훨씬 셀 것이라는 게 여야의 공통된 판단이다. "저런 죄를 지은 후보를 뽑아선 안된다" 는 '체감(體感)정보' 가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병역.납세.재산 공개가 C급 태풍이라면 전과공개는 A급 태풍" 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여야 후보들은 긴장하고 있다. 특히 간통.사기 등 도덕성에 타격을 주는 범죄의 경우 각당에서 파장을 우려해 후보사퇴 등의 조치를 할 가능성도 있다. 민국당은 "문제가 있는 후보는 가차없이 출당조치 등을 취하겠다" 고 밝혔다.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 김정훈(金廷勳)사회조사실장은 "1천~2천표로 승부가 엇갈릴 수도권 격전지 20여곳에서 비리 연루자.파렴치범들은 당선하기 힘들 것" 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공개된 44명중 중부권에서 경합중인 김택기(金宅起.태백-정선).정재철(鄭在哲.속초-고성-양양-인제).한영수(韓英洙.서산-태안)후보 등 6~7명은 해명에 곤욕을 치를 것이다. 그러나 지역바람이 거센 영.호남에서는 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신상정보' 공방이 선거 막판의 흐름을 얼마만큼 좌우할 지도 주목된다.

전과공개의 파괴력이 클수록 한나라당이 내놓은 'DJ정권 심판' 이라는 이슈는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이날 '현 정권의 부정선거 음모.획책' 을 강하게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깨끗한 사람을 뽑자' 는 후보자질론을 밀어붙일 작정이다.

전과까지 볼 수 있는 인터넷의 '클릭정치' 가 '클린(깨끗한)정치' 를 가능케 할 것이란 기대 역시 크다. 이성복(李成福.행정학)건국대 교수는 "공직자들의 청렴의무와 투명성 확보의 전제조건이 충족됐다" 며 "각당은 후보 검증장치를 강화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 후보간의 상호비방.폭로전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전과공개 뒤 해당 후보들이 해명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해 마구잡이식 폭로전이 가열될 조짐이 엿보인다" 고 지적했다. 일부 후보들이 벌금형을 받고 풀려난 상대방의 전력을 부풀려 폭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20~30대 젊은층의 정치혐오증을 부추겨 투표율 저하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16대 총선의 투표율을 15대 당시의 63.9%보다 낮은 60% 안팎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젊은층이 부적격 후보를 가려내자는 자세로 나설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후보검증 선거의 정착은 유권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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