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걸 온 더 브릿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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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서커스 무대를 찾아 떠도는 '칼 던지기 명수' 와 밑바닥 인생을 살던 한 여인이 각자 삶을 마감하려고 다리를 찾았다가 서로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 멜로 드라마. 무척 오랜만에 만나는 흑백영화이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서커스와 흑백화면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의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자신의 육체를 '뭇 사람이 드나드는 대합실' 이라고 거침없이 비하하는 아델(바네사 파라디)에겐 이 세상에 대한 미련은 한점도 없다.

그녀가 파리 센강의 다리 난간에 서서 불빛에 출렁이는 강물을 내려다보며 몸을 던지려할 때 서커스단에서 칼 던지기 묘기로 밥벌이를 하던 가보(다니엘 오테이유)가 다가온다.

그도 자살을 생각했지만 아델의 눈빛이 너무 슬프게 보여 '인생은 신념으로 극복할 수 있다' 고 달래며 그녀에게 칼 던지기 표적이 되어달라고 주문한다.

아델이 등을 대고 있는 나무판을 향해 칼을 던질 때마다 긴장감으로 땀에 흠뻑 젖는 가보. 그 칼이 자신의 몸을 피해 나무판에 꽂힐 때마다 두려움과 흥분을 동시에 느끼는 아델. 두 사람에겐 긴장과 환희를 안겨주는 칼 던지기가 섹스 행위나 다름없다.

1㎝의 오차도 허용 않는 칼 던지기는 갈수록 고난도가 된다. 처음에는 여자의 몸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칼을 던졌으나 관중들의 관심이 시들해지자 여자에게 춤을 추게 하거나 여자를 나무판에 묶어 회전시킨다.

심지어 여자의 몸을 천으로 가린 상태에서 칼을 던지기도 한다. 절로 눈이 감길 만큼 긴장이 넘친다.

올해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영화상 후보에 올랐으나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에 밀렸다.

18세 이상 관람가.

원제 La Fille Sur Le Pont. 8일 개봉.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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