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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모인 TBC 시절 ‘그때 그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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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군부에 TBC를 빼앗긴 지 정확히 29년이 되는 30일 옛 TBC 관계자와 연예인 등 400여 명이 모여 ‘동양방송 환원을 기원하는 모임’을 열고 중앙일보의 성공적인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기원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남석현 TV영업국장, 곽진태 라디오 영업국장, 박종세 아나운서실장, 임경춘 기술담당 이사, 전응덕 광고담당전무, 박무승 TV상무이사, 홍두표 사장, 배우 강부자, 김재형 PD, 배우 선우용녀, 정인섭 라디오국장, 황인용 아나운서, 배우 노주현, 성우 김세원, 남정휴 광고국장, 봉두완 논평위원, 김무기 기술국장, 황정태 제작국장, 최덕수 영업국장, 배우 장미희(직책은 통폐합 당시). [김태성 기자]

30일 오후 서울 서소문동 올리브타워 20층에서 ‘TBC(동양방송) 환원을 기원하는 모임’이 열렸다. 1980년 11월 30일 신군부의 방송 통폐합 정책에 따라 TBC가 문을 닫은 지 29년째 되는 날이었다. TBC는 1964년 한국 최초로 설립된 민영 TV방송사로 중앙일보의 자매 회사였다.

이날 행사장에는 홍두표(전 KBS 사장) 전 TBC 사장, 전응덕(전 광고단체연합회장) 전 TBC 전무, 박무승 전 TBC 상무 등 옛 TBC 임원진을 비롯해 강부자·선우용녀·노주현·김창숙·장미희·정훈희·이은하·김세원·배한성·양지운씨 등 TBC를 무대로 활동했던 배우·가수·성우 400여 명이 참석했다. 봉두완·노계원씨 등 보도국 출신 인사도 다수 참석했다. TBC 재직 당시 추억을 더듬고, 중앙일보가 추진 중인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격려를 위한 자리였다.

행사는 TBC 공채 3기 아나운서 황인용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황씨는 29년 전 TBC 라디오 마지막 방송인 ‘밤을 잊은 그대에게’의 진행자였다. 그는 “우리의 자부심이자 자랑이었던 TBC가 온전히 세상에서 사라진 날을 잊을 수 없다”며 “이제 야만의 시대가 가고 TBC 환원이라는 역사적인 사건 앞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선 TBC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방영됐던 ‘TBC 고별방송’의 하이라이트 영상물이 상영됐다. 컬러와 흑백을 오가는 옛 방송 화면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나오자 참석자들은 감회에 젖은 듯 숙연한 모습이었다. 특히 혜은이·이은하씨 등 TBC ‘쇼쇼쇼’ 출신 가수와 TBC 히트 드라마를 이끌었던 강부자·이순재씨 등 인기 연예인의 옛 모습이 비춰지자 “참 젊었네” “세월이 무상하다” 등 감회에 젖은 말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13분짜리 영상물이 나오는 동안 일부 참석자는 눈물을 보이는 등 감격에 찬 모습이었다.

강부자씨도 자신이 출연했던 TBC 드라마 장면이 나오는 대목에선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훔쳤다. 강씨는 “TBC 고별방송 때 너무 많이 울었다는 이유로 다음 날부터 거의 프로그램이 끊길 뻔했다”며 “그간 설움도 많이 겪었지만 29년 전 TBC가 되살아날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7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유명했던 배우 장미희씨는 “TBC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폭발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며 “TBC는 배우로서 나를 키운 곳”이라고 회상했다.

‘TBC 고별방송’에서 눈물이 범벅인 채로 노래를 불렀던 가수 이은하씨의 공연도 이어졌다. 이씨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마지막 방송에서 불렀던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을 열창하자 참석자들이 한목소리로 따라 부르기도 했다.

‘TBC 환원을 기원하는 모임’ 추진위원장을 맡은 홍두표 전 TBC 사장은 인사말에서 “80년 군부세력의 강제 통폐합으로 TBC맨들이 뿔뿔이 흩어졌지만 TBC를 되살리겠다는 염원은 계속됐다”며 “늦었지만 미디어법이 개정되고 방송 구조가 제자리를 찾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홍 전 사장은 또 “TBC 사우들이 29년 전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중앙일보의 종합편성채널을 편안히 볼 날을 간절히 기원한다”며 “내년부터는 29년 전 멈춘 (방송) 시계가 다시 움직이는 현실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69년부터 10년간 TBC에 마케팅 컨설팅을 했던 일본인 사카키바라 요이치로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잘못된 역사는 바로잡힌다. TBC도 반드시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길 중앙일보 방송본부장은 “중앙일보는 23개 분야의 다양한 미디어 포트폴리오를 갖춘 국내 유일의 종합미디어그룹”이라며 “신군부에 TBC를 빼앗긴 이후 29년간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종합편성채널 사업을 완성하기 직전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TBC 환원과 종합편성채널 진출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중앙일보 종합편성채널의 성공적인 진입을 기원한다”며 “방송 통폐합의 왜곡된 역사를 민주적으로 복원하고 빼앗긴 TBC를 종합편성채널으로 되살려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정강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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