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 바뀐 서울 구민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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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3년째 서울 용산구 구민회관을 이용하는 崔모(70.서울 용산구 한강3동)할머니는 지하 1층에 위치한 노인정에 놀러 갈 때마다 기분이 상한다.

엘리베이터로 지하 1층 노인정을 찾을 때마다 '골방 신세' 를 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

崔할머니는 "아파트 단지 노인정도 대부분 찾기 쉬운 1층에 있는데 구민들 세금으로 지은 구민회관이 지하에 노인정을 둔 것은 구민을 무시한 처사" 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건립된 서울 구민회관이 정작 해당 지역민들로부터는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각급 사회단체들이 구민회관의 목 좋은 곳을 대부분 차지한 데다 임대료도 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1990년에 지은 용산 구민회관 1.2층에는 무공수훈자회.한국자유총연맹.새마을운동 용산구지회 등의 사회단체들이 자리를 잡았고 노인정.체육단련장.어머니 합창단 등 구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은 지하 1층에 있다.

용산구 관계자는 "사회단체들이 구의회 심사를 거쳐 입주한 데다 구정홍보나 지역봉사활동도 펴고 있어 다른 조치를 취하기가 힘 들다" 고 밝혔다.

용산 구민회관에 입주한 사회단체들은 대개 8평 규모를 매월 6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고 쓰고 있다.

중구 구민회관도 알짜배기 공간인 지상 1층을 새마을운동협의회 중구지부 등 사회단체들이 차지했으며 퇴직공무원 모임인 시우회 지부도 있다.

특히 임대료 없이 무료로 사무실을 쓰거나 사무실을 찾는 하루 인원이 평균 5명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헬스장은 지하 1층에 있어 쾌적한 생활체육 공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앞으로 조례를 개정해 입주 단체들에게 임대료를 받고 일부 단체는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유도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서초구의 경우는 구민회관에 입주한 한국자유총연맹 등 4개 사회단체와 어렵사리 이전에 합의했지만 이들에 대한 보조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입주 당시 조례에 무료 입주가 보장됐던 만큼 이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할 경우 임대료 등을 지원해야 할 처지지만 예산문제로 해답을 찾지 못해 고민이다.

한국청년연합회 관계자는 "구민회관에 입주한 만큼 사회단체들도 이젠 유익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구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고 지적했다.

고수석.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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