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라틴 댄스 열풍이어 달콤하고 경쾌한 '슈거팝' 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어두운 음악은 싫다. 느린 음악도 싫다. 절규하듯 내지르는 거친 음악도 싫다. 캘리포니아의 밝고 따스한 햇살처럼 더 밝고 발랄하고 경쾌하게….

요즘 팝 음악계를 이끌고 있는 키워드는 '슈거' (설탕)다. 라틴 댄스의 열풍에 이어 달콤하고 경쾌한 음악들이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2집 앨범 '아쿠아리스' 를 발표한 북유럽 출신 4인조 그룹 아쿠아(Aqua)의 음악이 유럽과 한국 등 아시아 음악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면, 미국에선 5인조 보이 밴드인 엔싱크(' N Synk)가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97년 발표된 데뷔 앨범을 통해 이미 국내에서도 '바비걸' 등의 노래로 친숙한 아쿠아는 앙증맞고 톡톡 쏘는 여성 보컬의 특유의 음색과 이를 받쳐주는 굵은 남성 보컬의 조화가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히다.

달콤한 멜로디, 흥겹고 부담없는 리듬으로 1집 앨범만 전세계에서 2천5백만장 판매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2집 음반에서 그룹 이름(아쿠아〓물)처럼 시원하고 상큼하게 들리는 이들의 매력은 그대로 이어져 '카툰 히어로스' '어라운드 더 월드' '프리키 프라이데이' 등의 수록곡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노 스트링스 어태치드' 를 낸 엔싱크의 바람은 이보다 더 거세다.

지난주 미국에서 발매되기 시작한 이 앨범은 미국에서 판매 하루만에 1백만장이 팔렸고 일주일동안 2백만장이 나갔다.

이것은 판매시작 1주일만에 1백10만장 판매를 기록했던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밀레니엄' 의 기록을 깬 것. 백스트리트 보이스가 1천만장 이상 판매된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엔싱크는 이 기록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데뷔앨범만 해도 미국내에서 1천만장 이상 판매됐던 엔싱크는 '백인 보이즈 투멘' 이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조화로운 보컬에 다섯 명의 보이 밴드. 목소리는 감미롭지만 강렬한 비트의 댄스곡으로 10대 시장을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슈거팝의 돌풍은 아쿠아와 엔싱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10대 아이돌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브리트니 스피어스.크리스티나 아길레라.제시카 심슨도 이런 흐름의 한가운데 있다.

따라서 이런 슈거팝의 흐름이 이는 지난해부터 팝계에 일고 있는 세대교체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머라이어 캐리와 셀린 디온.휘트니 휴스턴 등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지난 10년간 팝 발라드계를 이끌어온 이들의 노래가 사람들에게 식상하게 들리기 시작한 것을 눈치챈 음반사들은 이들을 대체할 '새상품' 으로 이들 십대 스타들을 개발해 시장을 집중공략하기 시작한 것.

이들은 모두 나이가 10대인 만큼 깜찍한 외모에 입에서 살살 녹는 솜사탕처럼 달콤한 보컬로 10대의 감성이 녹아있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만화영화 '포켓몬' 의 주제곡을 부른 노르웨이 출신 10대 여성 듀오 M2M도 특유의 앳된 보컬로 '유로 댄스 스타일의 발랄한 곡으로 '이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크게 보면 지난해 열풍이 일었던 라틴 댄스 뮤직의 인기도 이런 흐름에서 멀지 않다는 분석이다.

신나고 재미있고 경쾌한 음악이란 점에서 그렇다.

유니버설 뮤직의 오윤성씨는 "90년대만 해도 외양과 매끈한 음악을 들려주는 그룹보다는 너바나의 음악처럼 젊은이들의 염세주의와 불안을 잘 표현하고 거칠고 분노에 찬 감정적인 노래가 선호됐다" 면서 "그러나 최근 호황을 이루고 있는 미국의 경기가 이런 슈거팝 인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음악관계자들은 경기에 큰 반전이 없는 한 이런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음악이 음반사에 의해 철저하게 만들어지는 '기획상품' 이란 점에서 생명력을 갖기엔 한계가 있다고 보는 이들도 적잖다.

한 음악관계자는 "팝음악은 본래 대중에게 접근하기 쉽도록 듣기에 편안한 곡으로 만들어지기 마련" 이라며 "10대 스타가 대거 등장하는 등 최근 팝계에 일어난 세대교체 현상이 이런 경향을 눈에 띄게 했을 뿐 결국 그 내용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슈거팝이란…

음악에서 특정 장르를 가리키는 공식적인 용어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달콤한 선율에 흥겹고 경쾌한 리듬, 아기자기한 편곡에 의해 만들어진 팝음악을 통칭해 일컫는다.

설탕처럼 달콤하다는 뜻에서 생긴 말. 스타일이 그렇듯이 가사도 사회에 대한 반항적인 메시지나 염세주의 등 진지한 내용을 담기보다 가볍고 재미있는 가사를 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