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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장]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수압팽창 클리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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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선근 교수가 오른쪽 오십견으로 8개월간 고생해 온 이여윤씨의 관절상태를 진찰하고 있다.
2 정 교수가 이씨의 굳어진 인대에 수액을 주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올 3월 초 이여윤(50)씨에게 오른쪽 어깨 통증이 찾아왔다. 딱히 다치거나 부딪친 적도 없었다. 며칠을 참다가 집 근처 병원을 찾아 ‘유착성 관절낭염’(=오십견 혹은 동결견)진단을 받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물리치료는 받는 순간은 통증이 좋아지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차츰 팔의 움직임이 제한됐다. 특히 등을 긁기 위해 팔을 뒤로 돌릴 수 없었다. 이씨는 주변의 권유로 이런저런 치료를 받다가 차도가 없자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가 운영하는 수압팽창 클리닉을 찾았다.

오십견으로 팔 움직이기 힘들어

11월 9일 오전 10시 이씨를 처음 진료한 정 교수는 팔 움직임부터 측정했다. 오른팔은 옆으로 나란히 자세를 취할 때 50도만 올라갔고(왼팔 100도) 팔을 위로 올리는 만세 자세 때도 100도까지 겨우 올릴 수 있었다. 물론 왼손은 버쩍 들어 올린다. 팔로 목 뒤 등뼈를 만지게 하니 첫 번째 흉추(가슴 위치의 척추)까지 밖에 손이 닿지 않는다. 왼손은 네 번째 흉추까지 쑥 내려간다. 열중 쉬어 자세에서 척추뼈를 만질 때도 첫 번째 엉덩이뼈에 손이 닿는 정도다. 이때도 왼손은 흉추 위로 쑥 올라간다.

정 교수는 “어깨뼈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해야 된다”며 어깨 X선 촬영을 지시했다.

“힘줄이 찢어져 생긴 통증이나 뼈의 이상으로 초래된 통증은 수압팽창 치료 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두 가지 상황과 무관하다는 걸 확인해야 합니다.”(정 교수)

정 교수는 이씨에게 “일단 오십견이 의심되니 월요일에 검사 결과를 최종 확인한 뒤 치료를 받도록 하자”고 말했다.

어깨 관절막에 바늘 찔러 수액 주입

11월 13일 오후 어깨뼈 사진은 정상이다.

초음파로 어깨 관절을 검사하니 관절막을 형성하는 힘줄인 오구상환 인대의 두께가 오른쪽은 3㎜, 왼쪽은 2㎜로 왼쪽보다 1.5배 두꺼워져 있다. 힘줄 끊어짐 등 다른 이상은 없다. 오십견 확진이 내려진 셈이다.

정 교수는 곧바로 수압팽창 치료를 결정하고 시술을 시작했다.

일단 시술할 부위를 소독약(베타딘)으로 철저히 닦았다. 이후 정 교수는 시술 내내 왼손으로는 초음파로 관절 안 상태를 확인하면서 오른손으로 어깨에 바늘을 찌르고 인대에 수액을 주입했다. 시술 중 환자와 대화도 계속한다.

“이게 두꺼워진 캡슐(관절막)입니다.” 이씨에게 설명한 뒤 정 교수는 곧바로 기계를 조작하는 의료진에 “압력 주세요”란 지시를 한다.

기계를 통해 압력이 가해지자 어깨 관절막에 꽂힌 바늘을 통해 수액이 들어가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초음파 화면에 잡힌다.

“지금 캡슐 늘어나는 거 보이죠?”(정 교수)

10㏄… 15㏄… 주입되는 수액량이 조금씩 많아지면서 인대가 점점 더 팽창된다. “얼마나 주입할 겁니까?”(기자)

“이여윤씨에겐 25㏄ 주입할 겁니다. 어떤 환자는 15㏄만 넣어도 캡슐이 부풀기도 합니다.”(정 교수)

드디어 25㏄까지 수액이 주입되자 정 교수가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바늘을 뺀다.

이제 이씨는 1시간쯤 앉아서 주입한 수액이 서서히 빠져나갈 때까지 휴식을 취하면 된다.

3주 간격으로 세번 시술하면 호전

11월 16일 오전 9시 이씨의 오른쪽 팔 움직임은 훨씬 유연해졌다. 옆으로 나란히는 50도에서 75도로, 만세 때 손 올림도 100도에서 125도까지 가능해졌다. 또 목 뒤로 손을 내리니 치료 전보다 척추뼈 하나 아래로, 등 뒤로 손을 올렸을 땐 척추뼈 3개까지 위로 올라간다.

“30% 정도 호전된 걸로 보입니다. 3주 간격으로 두 번 더 시술받으면 훨씬 좋아질 겁니다. 물론 물리치료는 계속 받아야 합니다.”(정 교수)

이씨는 시술 결과에 만족한다며 다음 외래 날짜를 정한 뒤 밝은 표정으로 귀가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사진=신인섭 기자

오십견 어떻게 치료하나
굳어진 인대 수액으로 부드럽게 … 물리치료도 병행

오십견은 흔히 50세 전후에 어깨가 아픈 병으로 알려져 붙은 이름이다. 실제 환자층은 이 연령층에 많지만 40대는 물론 30대나 노년층에도 있다.

오십견의 의학적 진단명은 동결견(frozen shoulder) 혹은 유착성 관절낭염인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다만 1~3㎜ 두께의 어깨 관절막이 손상·퇴행해 염증이 생긴 뒤 낫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즉 회복 과정에서 관절막의 섬유화가 일어나고, 혈관도 재생돼 관절이 굳는 셈이다.

증상은 4단계에 걸쳐 시기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처음 어깨가 아픈 염증기를 거치면 차츰 어깨가 굳으면서 관절 움직임이 제한되는 2단계가 된다. 이후 관절이 얼어붙는 3단계에 접어들면 어깨 관절을 돌리기가 힘들어진다. 이후 차츰 풀리는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통상 단계마다 6개월씩, 즉 2년에 걸쳐 병이 진행되지만 6개월만 앓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5~7년씩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동결견 진단은 X-선 촬영상 뼈 손상이 없으면서 어깨 관절 움직임이 두 방향 이상 현저히 제한될 때 내린다. 병을 앓는 동안 물리치료와 운동치료로 통증을 덜어 주는 치료를 한다.

수압 팽창 치료는 어깨가 굳기 시작한 2단계, 혹은 이미 굳어버린 3단계 환자가 치료 대상이다.

방법은 어깨 관절막을 이루고 있는 인대 중 특히 많이 두꺼워진 오구상완 인대라는 부위에 수액을 주입해 두꺼워진 인대를 팽창시킨 뒤 1~2시간에 걸쳐 수액이 저절로 흡수되게 하는 치료법이다. 풍선을 부풀린 뒤 바람을 빼면 흐물흐물해지듯, 수액으로 두꺼워진 인대를 팽창시킨 뒤 수액이 빠져나오면 인대는 한결 부드러워진다. 물론 이후에도 물리치료는 계속해야 하는데 시술 전보다 치료효과가 좋다. 수압팽창 치료는 한 번에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조금씩 호전될 경우 3주 간격으로 3회 정도 시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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