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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수사'가 검찰 살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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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재식 사회부 기자

"그동안 수사 성과에 집착하는 바람에 피의자 인권을 경시했던 게 사실이지요. 일선 검사들이 앞으로는 피의자를 구속할 때 한번 더 필요성을 생각해 보는 게 바람직합니다."

송광수 검찰총장이 13일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수사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한 데 대해 대검의 한 중간간부는 이같이 말했다.

송 총장은 전국 특별수사 부장검사 회의에서 검찰의 수사 관행을 직설적으로 질타했다. "지휘부가 아무리 인권을 강조해도 일선 수사관들에게 침투가 안 된다.""인권보장 못하면 더 이상 검찰이 설 땅이 없다."

검찰은 올 봄까지 계속된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을 계기로 더 이상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위상을 확보했다. 검찰권이 비교적 공정하게 행사되고 있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검찰인권보호수사준칙(2조 1항)은 '검사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인권보호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표시하는 이들은 적지 않다. 수사목적 달성을 이유로 참고인 등 선량한 국민의 불편과 고통을 일부 검사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검찰이 긴급 체포한 피의자 중 40%가 수사 과정에서 풀려난 점을 검찰권 남용 사례로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검찰이 정권에 지나치게 예속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거꾸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기관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검찰 견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는 검찰의 인권보호 소홀도 한몫 한다는 사실을 젊은 검사들은 유념해야 한다.

물론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검찰청이 무슨 피의자 상담소냐" "수사 과정에서 추궁 당했다고 반인권 수사로 몰아쳐서는 안 된다" 등의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직 출신 한 원로 변호사는 "젊은 검사들의 희망인 '정치적으로 독립된 검찰'이 되려면 검사들이 먼저 적법 절차를 지키는 수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하재식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