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보들의 재산 신고 내역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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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총선 후보들의 재산공개는 15대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후보등록 첫날인 28일 등록을 마친 지역구 후보의 1인당 평균재산은 13억6천만원으로 15대 당시의 13억2천만원을 웃돌았다. 평균재산액이 올라간 데는 1백억원 이상 재력가들의 역할이 컸다.

반면 이날 등록한 지역구 출마자 중 현역의원과 직전 공직자의 경우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이미 재산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이번엔 재산란에 '기(旣)공개' 라고만 적게 했다. 인터넷을 통해 재산내역을 자세히 검증할 기회가 차단된 셈이다(본사는 과거 자료를 통해 확인). 때문에 재산내역을 상세히 신고한 다른 후보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낳고 있다.

◇ 주요 후보들의 재산신고〓최고의 재력가는 무소속 정몽준(울산동)후보였다. 정주영현대그룹 명예회장의 6남으로 현대중공업 고문을 맡고 있는 鄭의원의 재산신고액은 2천7백83억여원.

반면 민국당 박찬종(부산중-동)후보는 마이너스 5억9천만원을 신고, 15대(1996년)에 이어 또 극빈후보가 됐다. 박는 지난 4년 동안 빚만 3천만원 늘었다.

97년 대선 당시 8억2천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던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은 7억9백만원을 신고했다.

경북 울진-봉화에 출마한 민주당 김중권(金重權)전 청와대비서실장은 11억3천만원,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는 20억5천만원이었다.

◇ 1백억원 이상 재력가들〓등록 첫날 1백억원 이상을 신고한 재력가 후보들의 수는 19명에 달했다. 1백억원대 이상의 후보들은 사업가 출신의 현역의원이 대부분.

김진재(金鎭載.한나라.6백43억원).조진형(趙鎭衡.한나라.3백62억원).이인구(李麟求.무소속.3백50억원).정의화(鄭義和.한나라.1백91억원).주진우(朱鎭旴.한나라.1백54억원).이상현(李相賢.자민련.1백45억원).김무성(金武星.한나라.1백19억원)의원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무소속(6명).자민련(3명)의 순이었다. 민주당은 2명, 민국당은 1명이었다.

◇ 법정 선거비용 이하의 극빈후보〓총선의 전국 평균 법정선거비용은 1억2천6백만원. 이 금액 이하의 재산을 신고한 후보는 모두 76명에 달했다. 이들이 신고한 대로라면 이번 선거를 이들은 순전히 주변의 '도움' 만으로 치러야 하는 셈이다.

특히 재산이 마이너스로 빚밖에 없는 후보가 21명, 재산신고란에 '0' 을 적은 후보도 36명이나 됐다. 경북의 한 무소속 후보는 재산이 무일푼인 이유에 대해 "총선에 두번 출마, 낙선하는 바람에 가산을 탕진했다" 고 했다.

◇ 정당별 후보 평균 재산〓한나라당 지역구 후보들의 1인당 평균재산액은 17억5천만원으로 이번 총선에 후보를 낸 정당 중 최고액을 기록했다. 다음은 11억6천만원의 한국신당, 10억8천만원의 자민련 등의 순이었다. 민주당 지역구 후보들의 1인당 평균재산액은 9억9천만원이었으며 민국당은 6억4천만원이었다.

특히 서울.인천에 47명의 후보를 낸 청년진보당은 1인당 평균재산액이 1천1백만원에 불과, 기탁금(2천만원)조차 자기 재산으로 충당하지 못했다는 계산이 나올 정도. 청년진보당측은 "출마자 대부분이 20, 30대인데다 학생 신분이 많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박승희 기자 pmas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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