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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 '빈티지 룩'으로 여름채비 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옷 끝이 닳아 실밥이 터져 나온 면바지, 구멍이 숭숭 뚫린 티셔츠….

헌 옷처럼 보이는 새 옷이 '새 버전' 으로 유행을 노린다. 2~3년 전 일부 대학가에 유행했던 '헌옷 패션' 이 일본풍이라면 이번에는 미국풍이다.

이른바 '빈티지 룩(Vintage look)' 패션이다. 빈티지는 포도주 등을 숙성한다는 뜻이다. 오래 입은 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풍 옷들은 좀 촌스럽고 몸에 끼는 듯한 느낌을 강조해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나 인기였다.

때문에 영세업체들이 재래시장이나 대학가 주변상가에서 옷을 파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번 유행은 원산지가 미국 대학가다. 활동적이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 색이 바랬거나 구겨진 상태의 옷들이 한두해 전부터 폭발적 인기를 모은 것이다.

그러자 폴로.캘빈 클라인 등 대형 패션업체들이 이를 제품화해 유행을 확산하고 나섰다. 이른바 '아메리칸 빈티지 룩' 이다.

국내 유명 패션 메이커들도 앞다퉈 빈티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백화점들은 시큰둥하던 태도를 바꿔 전문매장을 허용하는 등 빈티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써즈데이 아일랜드는 자체 개발한 '아일랜드 워싱' 이란 염색기법으로 색이 바랜 듯한 효과를 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갤러리아 압구정점 등에 있는 이 회사의 매장에는 구멍 난 셔츠 등이 매장 입구를 장식하고 있다.

갤러리아 압구정점 매장의 정은선 점장은 "구멍 난 셔츠를 입구에 내놓을 때만 해도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닌가 생각했으나 하루에 서너명 이상이 제품을 사갈 정도로 반응이 좋아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고 설명했다.

지오다노는 일부러 구김을 많게 한 건빵 바지(디스트로이 카고 모델)와 탈색처리(워싱)한 티셔츠(럭비셔츠, 라글란 티셔츠) 등을 출시했다.

전국 1백여개 매장에서는 일제히 빈티지 제품만 전시하는 마케팅 이벤트를 열어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홍보팀 문성림씨는 "오래 돼 보이기는 하지만 고급스런 분위기를 잃지 않도록 했다" 며 "빈티지 패션이 올 여름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해 다양한 스타일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고 말했다.

리바이스코리아가 최근 수입해 팔기 시작한 '501 세컨핸드 유즈드 룩' 청바지는 바랜 색과 주름은 기본이다. 주머니 부문에는 실밥이 터져나와 당장 버릴 헌옷으로 착각할 정도다.

톰보이 액세서리는 부분적으로 바랜 색상으로 처리한 벙거지 스타일의 모자 '햇' 을 내놨다.

가방회사 놈은 손으로 주무르거나 특수약품으로 처리해 가죽표면이 적당히 낡아보이는 캐주얼 가방과 핸드백을 선보였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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