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서남아시아 순방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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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1주일간의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 3국 방문을 마치고 25일 오만을 거쳐 제네바로 떠났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인도와의 관계개선▶인도.파키스탄 핵 경쟁 억제 및 긴장 완화▶파키스탄의 민정 복귀 및 테러단체 활동 규제 촉구 등이 그 목적이었다.

미국은 인도와의 관계개선 측면에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미 대통령으로서는 22년 만에 인도를 방문한 클린턴은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와 21세기 양국간 협력을 다짐하는 '비전 스테이트먼트' 에 서명했다.

미국은 냉전시대 적이었던 인도와의 관계 안정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목적에 어느 정도 다가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새로운 정보통신 강국으로 부상하는 인도와의 협력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핵과 카슈미르 지역 문제에선 클린턴은 빈손으로 떠나야 했다. 핵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서명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외면해버렸다. 사실 미국의 핵 억제 요구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리라는 것이 일반적 예상이었다.

인도는 핵을 자국의 정치.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유용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데다 파키스탄은 생존을 위한 무기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의회에서 CTBT비준을 거부해버린 미국으로서는 두 나라에 대한 발언권이 사실상 사라져 버렸다.

미국은 핵.미사일 문제를 인도와의 관계개선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결국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인도와 함께)노력한다" 는 선언적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카슈미르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은 인도.파키스탄 양국에 '카슈미르 통제선' 을 준수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지만 평화회담 재개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얻어내지 못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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