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러 IMF 새 총재, "위기 예방에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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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호르스트 쾰러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새 총재로 선출된 23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는 로런스 서머스 재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IMF 개혁' 청문회가 열렸다.

'IMF는 돈을 무기로 채무국에 지나치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가' '(한국의 경우처럼)차관조건이 너무 엄격해 채무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지는 않는가' '채무국이 위기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채무국 정부가 지속적이고 신중하게 개혁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구제금융을 퍼부어 그들을 너무 빨리 위기에서 탈출시키는 건 아닌가' - .

갖가지 비판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신임 쾰러 총재는 IMF의 진로를 새롭게 설정해야 하는 큰 부담을 안고 취임하게 됐다.

캉드쉬 전임총재의 13년이 IMF 확대와 번창의 기간이었다면 쾰러의 시대는 개혁의 그것이 될 것이다.

헬무트 콜 전 독일총리의 경제정책 브레인이었던 57세의 쾰러는 경제정책의 집행과 관련, 매우 신중한 스타일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유럽 단일통화에 골격을 만든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때 독일측 협상대표였다.

그는 국제협상에서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경계하면서 돈의 지출에 서두르지 않는 독일식 금융전략을 강조하곤 했다고 한다.

그는 총재직 물망에 올랐음에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IMF 개혁론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다. 비판자들은 이를 두고 "IMF 정책집행처럼 그도 불투명하다" 는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던 쾰러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IMF는 경제적 위기를 예방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는 의견을 처음으로 개진했다.

그의 언급은 일단 IMF가 예방보다도 위기를 맞은 뒤에야 약방문(藥方文)을 쓴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쾰러는 아울러 미국 의원들과 개혁안을 놓고 토론을 벌일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의원들은 IMF의 가장 가혹한 비판자다. 쾰러는 앞으로 세계경제불안이라는 IMF의 전통적 맞상대에다 개혁촉구세력이라는 신흥 적수와도 씨름을 벌이게 됐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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