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착하게 살자 ! 달라진 악동 존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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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저렇게 달라질 수가 있죠, 허재 감독이 특별 조제한 약이라도 먹인 게 아닙니까?”

임용수 SBS스포츠 캐스터는 25일 동부와의 경기 후 허재 KCC 감독을 붙들고 이 질문부터 했다. ‘악동’에서 ‘효자’로 변한 아이반 존슨(25·2m·사진)을 두고 한 말이다.

존슨은 지난 시즌 LG의 악동이었다. 걸핏하면 흥분해서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또 벤치 지시를 무시하기 일쑤여서 강을준 LG 감독의 속을 썩였다.

한 번은 강 감독이 “너무 화가 나서 작전판을 집어 던질 뻔했다”고 했을 정도다. LG는 존슨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다른 구단들은 존슨의 기량이 좋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런 존슨을 KCC가 개막 직전 다른 선수를 기량 미달로 내보내고 영입했다.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선수 시절 존슨 못지않았던 ‘악동’으로 불렸던 허재 감독과 다혈질 존슨이 충돌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말썽 피우던 악동은 ‘효자’로 환생했다. 흥분해서 경기를 망친 적이 없고, 개인플레이도 자취를 감췄다. 19일 선두 팀 KT를 맞아 27득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22일 SK전에서는 4쿼터에만 20점을 몰아넣으면서 짜릿한 역전 버저비터까지 성공시켰다. 팬들은 “이제 ‘아이반 조던’으로 불러야 한다”며 난리다.

어떻게 이런 변신이 가능했을까. 허 감독의 답은 이렇다. “LG에서는 존슨이 정통 센터 역할을 하느라 잘 맞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은 센터 하승진이 있기 때문에 존슨이 자유롭게 공격하도록 내버려 둔다. 그래서 신이 났고, 착해졌다.”

존슨 역시 “KCC 벤치가 나를 편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악동’ 잡는 법은 ‘악동’이 아는 모양이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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