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위안화 절상, 올바른 방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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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세계 최대의 수출국가가 어디일까. 중국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전 세계 수출시장의 10%를 휩쓸고 있다. 내년에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에 오를 게 분명하다.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일본을 제치는 상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역사상 이런 경제대국이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비정상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위안화 가치를 달러당 6.82~6.83위안 선에서 인위적으로 낮게 묶어놓고 있다. 이런 잘못된 환율 정책은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flexibility)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위안화 평가절상을 시사한 것이다. 올바른 방향이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위적인 약(弱)위안화 정책은 중국의 무역흑자를 부풀리고 다른 가난한 나라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 매달 중국에는 400억 달러의 무역흑자가 쌓인다. 그동안 중국은 위안화 절상 압력을 피하기 위해 미국 국채 매입과 국제 원자재 확보에 이 돈을 퍼부어 왔다.

중국으로선 위안화 평가절상이 마뜩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성장엔진인 수출이 주춤거릴 수 있다. 중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성장기여도가 41.3%에 이른다(2007년 기준). 더구나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국의 수출마저 줄어드는 상황이 아닌가. 지난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청했지만, 후 주석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만큼 위안화 절상은 중국에 예민하고 불편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이 언제까지 약위안화를 고수하기는 어렵다. 부작용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4년 한꺼번에 위안화를 33.3%나 평가절하했다. 이로 인해 90년대 후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에 시달렸지 않은가. 중국의 오래된 약위안화 정책은 미국의 과소비와 함께 세계 경제를 교란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고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풀기 위해서도 위안화 평가절상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일본에서도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이 거세지는 현실이다.

중국의 장 부부장은 “창의적이고 건설적이며 조정 가능한 선에서 환율정책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꼬리표를 달았다. 언제, 얼마만큼 평가절상할지는 중국의 몫이다. 다만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여러 측면에서 중국 스스로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효과를 낳는다. 또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초래할 인플레이션이나 자산거품의 위험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여기에다 수출 위주의 중국 경제 체질을 내수 중심으로 바꾸는 데 장기적인 보약이 된다. 시장원리에 맞게 위안화 가치를 현실화하는 것은 위안화의 국제화는 물론 중국이 꿈꾸는 세계 기축통화국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도 건너뛸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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