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용석의 Wine&] 최고급 부르고뉴 와인도 매출 부진 “한국 가서 더 팔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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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3만8000유로입니다. 더 없으시나요? 그럼 ‘클로 드 라 로슈’ 배럴 한 통을 3만8000유로에 낙찰하겠습니다. 탕, 탕, 탕~.”

이달 15일 일요일 프랑스 부르고뉴의 본에서 ‘오스피스 드 본(Hospices de Beaune)’이 열렸다. 올해로 149주년을 맞은 이 행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자선 경매다. 부르고뉴 지역 와인 생산자들은 매년 포도 수확이 끝나는 11월에 올해 담은 와인을 배럴 통째로 경매에 내놓는다.

이 행사는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이 높다. 세계적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딸이 태어난 88년에 참여해 와인을 낙찰받았다. 부르고뉴 대학에서 동서양 문물사를 가르치는 노선주 교수는 “와인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경매”라고 말했다.

1849년 본의 자선병원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된 이 경매는 현재 부르고뉴 와인 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매 낙찰가가 그 해 생산된 포도의 품질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올해 최고가의 주인공은 화이트 와인 바타르 몽라셰로 오크통 하나에 5만7750유로에 낙찰됐다.

경매를 앞두고 한적한 시골 마을 본엔 한바탕 축제가 벌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다소 썰렁하다는 평가다. 최근 부르고뉴 와인이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꼽히는 부르고뉴 와인은 올해 수출량이 지난해에 비해 24%나 떨어졌다. 주요 수출국 중 한 곳인 한국은 40% 급감했다. 부르고뉴 와인협회의 피에르 앙리 가이에 회장은 “양조장에 가만히 앉아서 관광객들에게 포도주를 파는 시대는 지났다. 짐을 싸서 한국과 같은 나라로 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부르고뉴 와인의 도매상협회 회장인 루이 파브리스 라투르 회장은 “생산자들이 먼저 와인 가격을 낮춰야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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