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브랜드명 '바꿔… 말아'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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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한국타이어는 최근 해외딜러로부터 브랜드명을 바꿔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한국(HANKOOK)' 이란 상표가 발음이 어려운데다 구매심리를 파고들만한 메시지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선 'H' 자가 묵음이어서 '안쿡' 이나 '안콕' 등으로 불려 헷갈린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는 브랜드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최근 백지화했다. 타이어 제품에 브랜드명을 각인하는 몰딩을 바꾸는데 수백억원이 들어가는데다 내수시장에 심은 '한국' 이란 브랜드를 포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부 기업들이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회사 이름을 바꾸고 글로벌 브랜드 개발에 나서는 가운데 제조업체들이 상호와 브랜드 교체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바꾸자니 비용이 만만찮고 자칫 판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왜 못 바꾸나〓제일모직은 지난해 말 회사명을 바꾸기로 했다가 최근 취소했다.

지난해 매출액(1조3천억원)중 절반 이상을 석유화학 제품 판매로 올린 만큼 의류.섬유업체란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계획했으나, 대리점.거래업체 등을 상대로 의견을 들어본 결과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기 때문.

지난해 3월 현대자동차는 국내 최고급 자동차 '에쿠스' 의 출시를 앞두고 생산과 판매를 현대차와 별도로 하는 에쿠스란 이름의 법인 설립을 추진했다. 수입 고급차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 '현대' 란 우산을 벗어선 곤란하다는 반대 의견에 부닥치고 자동차 경영진이 바뀌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최근 정관에 인터넷 사업을 추가하는 기업들도 회사 이름만큼은 대부분 고수하는 경향이다.

본지가 주요 상장업체 4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호를 바꾸겠다는 곳은 3곳에 불과했다.

◇ 개명 바람은 이미 불고 있다〓웅진출판은 다음달부터 '웅진닷컴' 으로 이름을 바꾼다.

잡지.단행본.학습지 사업으로 쌓아올린 다양한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사업에 뛰어들면서 회사 이름을 바꾸기로 한 것.

한국종합기술금융은 오는 29일 주총 결의를 통해 '케이티비' 로, 현대기술투자는 투자의 적중율을 높힌다는 뜻으로 'HIT' 로 각각 바꿀 계획이다. 아파트분양 컨설팅 업체인 ㈜신영은 '로얄팰리스' 에로의 개명을 추진중이다.

쌍용정유는 지난 13일 '에쓰 - 오일' 로, 삼성항공은 삼성테크윈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솔PCS는 지난 1월말 '한솔M닷컴' 으로 바꿔 '닷컴' 개명 바람을 이끌었다.

종합 브랜드컨설팅 업체인 ㈜옴니브랜드 김성제(金成濟)사장은 "세계화와 인터넷 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사명이나 브랜드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시점" 이라며 "브랜드나 사명은 회사 소유가 아닌 소비자의 것이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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