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보호시설서 흉기 난동…5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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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3일 오후 2시쯤 충남 예산군 봉산면 옥전리 정신지체보호시설인 '성락원'에서 수용자 천모(47.정신지체 1급)씨가 둔기를 들고 난동을 부려 남녀 수용자 5명이 숨지고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천씨는 난동 직후 성락원 뒤 야산을 넘어 옥전저수지 방향으로 달아났다 3시간여 만인 오후 5시50분쯤 경찰에 붙잡혔다.

◆ 사고 순간=성락원 원장 신모(42)씨는 경찰에서 "천씨와 함께 외부에서 기증한 세탁기를 같이 옮기던 중 천씨가 바닥에 내동댕이치듯이 내려놓아 '왜 그러느냐, 힘들면 얘기해야지'라고 했다. 천씨가 이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건물 밖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신씨는 때마침 세탁기를 들여놓을 목욕탕으로 갔으나 문이 잠겨있어 뒷문으로 가는 순간 방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특히 성락원 마당에 있던 프레지오 승합차 1대와 1t 봉고 트럭 1대의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차체가 대부분 찌그러질 정도로 부서져 있어 천씨가 둔기를 마구잡이로 휘둘렀음을 짐작케 했다. 경찰은 수용자 대부분이 노약자들이어서 신씨의 난동을 제지하지 못해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성락원 어떤 곳인가=성락원이 처음 설립된 것은 2000년. 신씨 부부가 예산군 봉산면 자신의 고향에 조립식 건물(100여㎡)을 짓고 노인 등을 입소시켜 함께 생활하면서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 부부는 인근 논 1000여평에서 일부 입소자들과 함께 벼농사 등을 지어왔으며 입소자들은 남자 5명, 여자 12명 등 17명으로 대부분 노인이나 정신지체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용자 중 치매환자가 6명, 정신질환자가 1명이고, 나머지는 독거노인이다. 성락원은 수용자들에게서 입소 보증금과 월 30만원가량의 이용료를 받아왔다.

신씨는 2002년 8월 예산군에 노인복지시설로 신고했다. 그러나 노인복지법 등에 규정된 시설 규모와 종사자 수 등이 부족해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고 내년 7월까지 시설 등을 보완해 신고하도록 조치한 '조건부 미신고' 시설이었다.

◆ 사회복지시설 관리부재=성락원과 같은 조건부 미신고 시설의 경우 보건당국의 지원이나 실질적인 관리.감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건부 미신고 시설은 시설 보완 등 조건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폐쇄조치되는 시설로 사실상 미신고 시설과 다름없다.

특히 성락원은 노인복지시설로 행정관청에 신고했지만 정작 노인과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함께 수용, 이번 참극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노인복지법 등에는 아동복지시설.노인복지시설.지체장애시설.정신지체시설 등으로 수용자 상태에 따라 분리, 수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성락원과 같은 미신고 시설은 적용을 받지 않는다. 무허가 시설이기 때문에 규정을 따르지 않더라도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은 1096개에 이른다.

◆ 사상자 명단=<사망자> ▶한고례(100.여)▶김민섭(50)▶최기효(58)▶이정인(74.여)▶김동분(83.여) <부상자> ▶유기순(73.여)▶김필연(82.여)▶이진억(44)▶박매환(70.여)▶송근재(73.여)

예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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