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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새파란 홍해와 새까맣고 새하얀 사막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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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눈이 시리게 투명한 바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 남부의 홍해 연안 샤름엘셰이흐의 바다는 깊은 바닥의 산호초까지도 햇빛을 끌어당긴 듯 투명하게 보인다. 산호초 위로 사자고기(왼쪽 붉고 흰 갈기지느러미의 물고기) 등의 물고기가 여유롭게 헤엄치고 있다.

이집트 홍해 연안 후르가다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스쿠버다이빙 센터 ‘레드시다이브팀’ 정문.

몇 년 전, 중미 온두라스의 ‘우틸라’ 섬에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일주일간 머무른 적이 있다. 낮에는 스쿠버다이빙을 하느라 바닷속을 헤맸고, 밤이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맥주를 마셨다. 어느 날 다이빙을 하던 중 난파된 배 밑에 있던 상어를 보았다. 이를 본 흥분과 감동은 쉬 가시지 않았다. 스쿠버다이빙이 좋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오스트리아인 친구 해리에게 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그가 갑자기 ‘홍해’ 이야기를 했다. “내 인생 최고의 다이빙 경험을 꼽으라면 ‘레드시(Red-Sea·홍해)’에서야.” 그 말을 듣자마자, 물빛이 피처럼 붉은 바다가 떠올랐다. 우리나라 서해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런 홍해에서 다이빙을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를 한참 생각했다. 해리가 덧붙였다.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물이 하도 파랗고 투명해서.” ‘홍해의 물은 푸르고 이집트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가슴에 새겼다. 7000년의 역사를 지닌 이집트를 여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피라미드·신전 등을 탐방하는 과거로의 여행과 사막·홍해에서 각종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현재 여행이다. 드디어 지난달 이집트의 현재를 만끽하기 위해 홍해와 사막을 찾았다.

글·사진=한은화 기자

후르가다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스쿠버다이빙 센터 홍해는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있는 좁고 긴 바다다. 해변의 길이만도 1000㎞가 넘는다. 홍해를 끼고 있는 이집트의 도시들은 유럽 여행객들의 휴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도시는 홍해의 수도라 불리는 ‘후르가다’와 시나이 반도의 ‘샤름엘셰이흐’다.

홍해에선 누구나 수영선수가 된다. 염분이 많아 몸이 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후르가다행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쯤 가자, 누런 사막 끝에 파란 바다가 보였다. 모 음료광고에서 흔히 보던 ‘정말 파란 바다’였다. 후르가다 공항은 SAS, 에어 베를린, 트란사비아 등 유럽 쪽 비행기들이 가득해 마치 유럽의 한 공항에 온 듯했다. 홍해를 찾는 관광객은 연 200만 명으로 러시아·독일·영국 순이다.

이런 후르가다에 한국인을 위한 다이빙 센터가 있다. 홍해의 바다에 반해 다이빙 센터를 연 이윤선·윤진 자매가 운영하는 ‘레드시다이브팀’이다. 후르가다의 구 도심지 주택가에 있는 센터 대문에 태극기를 걸어놓은 지 벌써 5년이 됐다. 택시를 타고 ‘꼬레아(한국사람) 다이빙 센터’라고 말하면 알아서 찾아갈 정도로 이곳의 이집트인에게 꽤 유명하다.

현재 이 센터에 있는 한국인 강사는 9명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나이지리아 대사관의 요리사, 의대생 등 각각의 이력이 화려하다. 대다수가 홍해로 여행을 왔다 바다에 반해 주저앉았다. 눈앞에 돌고래가 어른거려 다시 돌아온 이도 있었다. 후르가다에 온 지 3년째인 김민석(40) 강사는 “홍해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다 보면 푸른 창공을 날아다니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수년 전, 오스트리아인 해리에게서 들었던 바로 그 말이다.

홍해의 스쿠버다이빙은 ‘보트 다이빙’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침 일찍 보트를 타고 나가 오전에 다이빙을 하고, 점심은 배에서 먹은 후 오후에 다시 다이빙을 하고 돌아온다. 당일치기 코스부터 3박4일 코스까지 다양하다. 수십 개가 넘는 후르가다의 다이빙 포인트 중에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사람 몸보다 큰 부채 산호가 있는 ‘사우스 아부라마다’, 돌고래 떼를 만날 수 있는 ‘돌핀하우스’,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를 볼 수 있는 ‘칼레스’ 등이다.

‘하늘을 나는 듯한’ 홍해의 스쿠버다이빙 일정상 후르가다가 아닌 시나이 반도의 ‘샤름 엘 셰이크’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했다. 다이빙을 하기 전, 묵고 있던 숙소 해변에 산책을 나섰다. 홍해의 해안선은 대부분 절벽이다. 산호초가 평평하게 이어지다 뚝 끊어진다. 보트를 정박시키기 위해 마련된 데크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봤다. 바닷속에 또 다른 태양이 있는 것처럼 물이 반짝였다. 아침 햇살을 듬뿍 담은 바다가 어찌나 투명하게 빛나는지, 물을 떠다 굳히면 그대로 보석이 될 것 같았다.

그런 바닷속을 ‘사자고기’가 갈기를 휘날리며 무리 지어 다녔다. “홍해에서는 희귀종 물고기들을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는 레드시다이브팀의 말이 진짜였다. 물 속도 아닌, 물 밖에서도 희귀 물고기가 고스란히 보였다. 고래상어, 멸종 위기의 듀공(산호초 바다에서 사는 길이 3m의 포유류), 6m나 되는 쥐가라오기 등 총 1000여 종류의 물고기를 홍해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스쿠버다이빙을 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물고기들이 마치 새처럼 옆을 스쳐 지나갔다. 무중력 상태로 둥둥 파란 바닷속에 떠 있었다. 산소 탱크를 통해 공기가 드나드는 소리만 뺀다면, 하늘을 날고 있다는 착각이 들 만했다.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스쿠버다이빙이 부담스럽다면 물 밖에서 하는 스노클링도 좋다. 바닷물에 염분이 많아 몸이 쉽게 뜬다.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도 둥둥 뜨는 바다에서 물안경을 낀 채 물고기 구경을 실컷 할 수 있다. 이 외에 윈드서핑·패러세일링·카누 등 홍해에서 즐길 수 있는 해양 스포츠는 많다.

검고 하얀 사막에서 하룻밤 이집트 국토의 97%는 사막지대다. 이 사막에는 유목민족인 ‘베두인’이 산다. 과거의 베두인이 양을 치며 사막을 떠돌았다면, 오늘날의 베두인은 관광객을 상대로 ‘사막투어’를 한다. 사막투어의 출발지는 ‘바하리야 오아시스(Bahariya Oasis)’다. 카이로에서 차로 5시간 떨어진 곳에 있다. 사막투어는 지프를 타고 흑사막(Black Desert)·백사막(White Desert)을 구경하고, 사막에서 하룻밤을 자는 1박2일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이집트의 사막은 사막 하면 떠오르는 중동의 모래 사막과 다르다. 모래가 딱딱하게 뭉쳐 있어 거친 벌판과 같다. 흑사막은 화산재가 굳어 형성됐다. 모래의 철광석 성분으로 색이 검다. 마치 불에 그슬린 겨울 들판처럼 보인다. 이런 검은 들판에 피라미드를 닮은 봉우리가 늘어서 있다.

백사막은 모래의 석회질 성분으로 희다. 모래를 만지면 마치 분필가루처럼 하얀 성분이 묻어난다. 백사막에는 아이스크림 콘, 말, 버섯 등과 닮은 기암괴석이 벌판 위에 우뚝 서 있다. 이상하게 하얀 벌판 위에 서 있자니 모든 것이 사라질 것처럼 아스라한 기분이 들었다.

이 백사막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잤다. 건조한 사막을 걷다 보면 마치 달의 표면을 지나간 듯 발자국이 고스란히 찍힌다. 사막 여우가 음식냄새를 맡고 다가왔다 도망친 발자국도 그대로 남았다. 쌀밥과 치킨 바비큐 등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축제가 벌어졌다. 모닥불 가에 둘러앉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거센 밤바람을 타고, 사막의 하룻밤을 보내는 이들의 노랫소리와 재잘거림이 떠돈다.

밤하늘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떠 있다. 별이 너무 많아 별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마치 하늘 도시에 불이 켜진 것 같다. 바닥에 드러누워 지칠 때까지 별을 보다 잠에 들었다. 오전 5시쯤 추위에 떨며 일어났다. 칠흙처럼 검기만 했던 하늘이 색색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아침노을’이다. 주홍·빨강·노랑 순으로 지표면에 가까운 하늘에 물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붉은 해가 하얀 사막을 뚫고 솟아올랐다. 찬란하게 빛나는 아침 해를 향해 베두인 가이드가 옷을 펄럭이며 절을 한다. 모든 것이 선연하게 드러나는 사막의 아침이자,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다.

여행 정보

항공편 대한항공이 인천에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를 경유해 이집트 카이로로 운항한다. 월·목·토요일 출발. 돌아오는 항공편은 매주 화·금·일요일 카이로에서 출발한다.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7시간 느리다.

레드시다이브팀 한국인이 홍해 후르가다에서 운영하는 다이빙 센터다. 초보자들이 할 수 있는 ‘체험 다이빙’은 2회에 75달러다. 2박3일이 걸리는 오픈 워터 코스는 300달러다. 다이빙 센터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하룻밤에 24 이집트파운드(약 5000원)다. www.redseadive.net

사막투어 카이로에 있는 여행사나 호텔에서 예약하거나, 한국여행사를 통해 예약해도 된다. 이집트정부관광청 한국홍보사무소 홈페이지 참조(myegypt.or.kr). 새벽의 사막은 이가 시릴 정도로 추우니 따뜻한 옷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1이집트파운드 약 213원. 대부분의 호텔에 환전소가 설치돼 있다. 달러는 소액권으로 가져가 조금씩 바꿔 쓰는 게 좋다. 대부분의 가게에서 달러를 받지만 잔돈은 이집트파운드로 주거나 심지어 아예 잔돈이 없다고 버티는 경우가 많다.


TIP 이집트 여행, 지금이 딱

이집트는 10월부터 2월까지 평소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이 섭씨 20도로 꺾인다. 이집트 여행을 떠나려면 지금이 적기라는 얘기다. 특히 스쿠버 다이빙의 경우 겨울이면 바닷속에서 50~60m 앞도 훤히 내다보일 정도로 물이 맑아진다. 물의 수온이 떨어질수록 플랑크톤이 번식을 적게 하기 때문이다. 12~2월엔

물의 온도가 섭씨 20도 아래로 떨어져 두꺼운 스쿠버수트를 입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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