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회장 박상희, 개인 박상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6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 지하 대강당. 단상에 중소기협중앙회의 박상희(朴相熙)회장.이국노(李國老)부회장 등 부회장 4명이 민주당의 서영훈(徐英勳)대표.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과 나란히 앉았다.

그 아래 문구도매조합.맞춤양복조합.슈퍼마켓조합연합회 이사장 등 업종별.지역별 조합대표 3백여명이 자리했다. "기협중앙회가 우리당으로 그대로 옮겼다" 는 한 당직자의 자랑처럼 중소기업인들이 민주당사를 빌려 행사를 갖는 듯했다.

사회자인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경제인들의 입당식을 거행한다" 고 말했다. 徐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백만대군의 힘을 얻었다" 고 환영했다.

이어 朴회장의 입당선언.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중소기업에 대한 철학과 사랑을 몸소 느꼈다" 고 말문을 열었다. "경제인이라면 정책의 추진이 용이한 여당을 선택하는 것이 정치여건상 맞다" 고 효율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2백70만 중소기업인 동지여러분' 에겐 "밀어주고 끌어달라" 고 호소했다.

행사직후 그는 1백m 떨어진 중소기업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개인자격으로 입당한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고 주장했다. 심지어 '중소기업의 과거 모습은 거의 친(親)여당 조직이었다' 고 실토했다. 당에선 朴회장을 직능위원장에 임명했다.바로 총선에 뛰게한 것이다.

동시에 그의 행적은 쟁점으로 등장했다. 선거철이면 기업인들의 여당행이 늘 있었지만 朴회장처럼 중기협 회장직을 유지한 채, 그것도 집단적으로 입당한 경우는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신종 관권, 정경유착' 이라고 비난했다. "朴회장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 있는 자기 기업(미주실업)이나 살리지 무슨 정치냐" 는 비아냥도 나왔다.

그런 공방탓인지 동반 입당한 한 기업인은 " '회장 박상희' 가 아닌 '개인 박상희' 로 입당하면 오해가 덜할 텐데" 라며 부담스러워했다. 중소기업회관에서 만난 50대 기업인은 "金대통령의 중소기업 중시 정책을 朴회장이 왜곡해 자신을 정치상품화했다" 고 비난했다.

김정욱 기자 정치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