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 킴지회장, 콜롬비아 반군지도자 만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세계 최대 인터넷 서비스 업체 총수와 세계 최대 좌익게릴라 지도자가 만났을 때 - . 워싱턴포스트는 15일 아메리카온라인(AOL)의 제임스 킴지(60)회장이 콜롬비아혁명군(FARC)의 혁명군 의장인 마누엘 마루란다(69)와 '정글 설전' 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포스트는 미국.콜롬비아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전의식을 보인 킴지의 모험담을 소개했다.

킴지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도착한 때는 3일 오전 5시. 그는 다시 FARC의 거점 산 빈센트행 쌍발기에 올랐다.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콜롬비아 대통령을 끈질기게 설득, 반군과의 정글 회동 주선을 이끌어냈지만 베트남 참전용사 출신인 그로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FARC는 지난해 3명의 미국인을 살해했다. 킴지는 반군의 안내로 마루란다와 마주쳤다. 정보화혁명 시대의 선두주자와 한평생 좌익무장투쟁을 선도한 반군지도자와의 역사적인 회동이었다.

킴지는 마루란다에게 세가지를 제안했다. 인명살상 금지, 마약밀매 중단, 경제 공부. 그는 특히 "제발 경제의 지혜를 배우라. 그러면 번영이 온다" 고 설득했다. 또 느닷없이 정글마을 어린이들을 가리키며 "콜롬비아의 미래는 아이들" 이라고도 했다.

마루란다는 "마약밀매에는 반대한다. 이제 곡물을 재배하고 싶다" 면서도 게릴라의 현실은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그는 킴지의 손에 편지 한장을 쥐어줬다.

"우리의 과업은 정의를 위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의미있는 만남이었지만 킴지로서는 소득을 얻지 못한 것이다. "람보가 된 기분이었다." 킴지의 회고다.

정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