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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벤처기업에 외국 돈 몰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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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부동산과 벤처기업 쪽에 외국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성장성이 돋보이는 벤처기업에는 하루가 다르게 외자유치 규모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쪽도 주가나 국내경기 회복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다국적 부동산펀드의 진출이 활발하다.

일본의 벤처 투자회사인 트랜스 코스모스는 지난 14일 인터넷 벤처기업인 ㈜IBR에 4천만달러(약 4백40억원)를 투자하기로 계약했다. 시큐어 소프트 등에 5천만달러를 투자한 소프트뱅크 코리아는 올해 한국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4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두루넷에 4천5백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지난해에는 주로 미국.유럽.대만의 벤처펀드가 국내에 들어왔지만 올해는 일본계 펀드의 벤처투자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글과컴퓨터.옥션 등에 투자한 히카리통신을 포함하면 일본 3대 벤처펀드가 올해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할 자금은 1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소프트뱅크의 기타오 요시다카(北尾吉孝) 부사장은 "한국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시기를 놓쳤다는 느낌" 이라며 "올해 투자규모를 늘려 비즈니스 기회를 잡겠다" 고 말했다.

올들어 주춤했던 미국 벤처자본의 한국 진출도 하반기부터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미국 첨단기술 투자자금이 지난해부터 일본(56억달러)보다 싱가포르(75억달러)를 선택했다" 며 "한국도 높은 컴퓨터 보급률과 정보통신 인프라가 평가받아 미국 첨단자본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고 보도했다.

부동산 쪽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옛 성업공사)가 매각할 예정인 6조7천억원 규모의 부실채권(부동산)에 다국적 부동산펀드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CB리처드앨리스측은 "외국인을 상대로 5천억~6천억원 규모의 국내 부동산 투자펀드를 모집하고 있다" 며 "곧 매입대상 부동산 물색에 나설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사무실 임대료가 급등하는 등 부동산 투자수익률이 예상을 웃돌아 외국업체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며 "국내 기업이 외자유치를 통한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외자유입이 늘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말 입찰하는 1천2백억원 상당의 옛 한일은행 본점 개조(고급 아파트)사업에 싱가포르 기업만 3곳이 응찰했다. 건설교통부도 1998년 6월 부동산시장 전면개방 이후 올해 외국자본 진출이 가장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자본의 부동산 투자는 지난해 12월 골드먼삭스.모건 스탠리.론스타 등이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을 공사의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여 불을 댕겼다. 그 이후 ▶네덜란드 로담코의 현대중공업 빌딩 매입(1천2백50억원)▶싱가포르투자청의 시그마타워 매입(잠실.3백30억원)▶싱가포르 홍령그룹의 힐튼호텔 매입(2천7백억원) 등 외국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규모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들어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토털 컴퍼니.부룩힐리파커.컬리어스자딘 등 다국적 유명 부동산 개발업체가 한국 진출을 선언하고 투자설명회를 잇따라 열면서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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